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31일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 변화를 새삼 강조했다.
로랑스 분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석 경제학자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3월)에서 5.8%로 상향 조정한 ‘오이시디 경제전망’에서 “전망이 밝아졌다고 정부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며 조세정책 등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경제회복에 대한) 믿음은 명확하고 지속가능한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바탕으로 할 때 강화된다”며 “시민들의 필요에 호응하고 공정하고 누진적인 조세 시스템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자산세는 물론 소비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재검토할 때 성장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더욱 누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른바 ‘코로나 승자’에 대한 세율 인상 등 누진세 강화를 비롯한 조세정책의 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비토르 가스파르 국제통화기금 재정담당 국장은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에 “증세가 코로나19로 악화된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지난해 많은 이익을 거둔 곳에 세금을 올리는 것은 재정 복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각국 정부는 ‘세금 인상이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가 이미 증세를 실행했거나 계획 중이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40만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는 등의 증세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증세 논의가 사실상 실종된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현재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로 악화된 불평등 완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도 증세가 포함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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