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오는 9월24일까지 은행과 고객 실명계좌 발급 제휴 계약을 임시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은행도 연대책임을 질 수 있게 되자, 은행들이 거래소 평가를 꼼꼼히 한 뒤 다음달께 최종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신한은행,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각각 업비트, 코빗, 빗썸·코인원과 맺고 있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 여부를 8월 중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오는 9월25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등록제가 시행되는데, 은행들은 현재 새 제도에 맞는 평가기준을 마련해 각 거래소의 신뢰도·안전성 등을 심사하고 있다. 심사 결과가 나오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6개월 단위로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약을 맺어왔다. 지난달 말 업비트와 계약 기간이 종료된 케이뱅크는 재계약 결정이 늦어지자 기존 계약을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기한인 9월24일까지 임시 연장했다. 이달 말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신한은행과 엔에이치농협은행도 일단 9월24일까지 기존 계약은 임시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등록제가 시행되면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객 실명계좌 발급을 해줬던 은행도 거래소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때문에 최근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거래소 사고에 은행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더는 그런 말(면책 요구) 안 했으면 좋겠다.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다고 하지 말고 그게 은행이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은행들은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으로 수수료 수입 등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지만 자금세탁 방지 감시 의무 부담도 커지면서 자칫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에 재계약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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