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기관들이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한 추가 조처를 모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형 증권사가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는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논의하고 나섰으며, 한은은 차액결제 담보비율 인상 시기를 늦춰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제2 채안펀드’ 조성을 협의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금융회사 약 80곳이 참여하는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와 별개로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조성하는 채안펀드를 또 만들자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조성해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2 채안펀드’는 증권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점을 찾아야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은행 간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 관련 인상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한다. 각 시중은행은 매일 오전 보유계좌 간 발생한 이체거래를 합산해 차액을 정산하는데, 이를 은행 간 차액결제라 말한다. 각 은행은 유동성 부족으로 차액결제가 불이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이 정하는 차액결제 담보비율에 따라 담보증권을 맡겨야 한다. 한은이 내년 80%로 올리려고 했던 담보비율을 현행 70%로 유지할 경우, 은행 담보증권으로 묶이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시중 유동성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지난 23일 발표한 ‘50조원 알파’ 대책의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상황이 어려운 증권사에 3조원 규모의 유동성 투입을 시작했다. 오는 27일부터는 산업은행이 ‘2조원+알파’ 규모로 증권사 기업어음(CP)을 매입한다.
금융당국은 이날 시중 은행들을 만나 채안펀드 조성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채안펀드 캐피탈콜(투자 결정시 자금 요청)에 신속히 응하고,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채안펀드에 자금을 출자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더 늘려 시중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전슬기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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