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 금양 홍보이사. 머니올라(KB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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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가 공시 전에 유튜브에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자사주 처분 계획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제재를 앞두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업력 60년이 넘는 금양은 최근 20년새 경영진·주요주주가 바뀌면서 정보통신(IT)·자원개발·이차전지 등 주식시장 반응이 뜨거운 사업분야에 진출과 퇴출을 반복해 왔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금양이 ‘증시 테마’에 맞춰 정관상 사업 목적을 수시로 변경·추가해 온 것 아니냐란 평가도 내놓는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오후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공시위반제재금 85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금양을 상대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 한 바 있다. 거래소는 박 이사가 지난달 11일 유튜브에서 금양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경영 사항을 공시 전에 특정인을 대상으로만 공개·공유하면 공정공시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박 이사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사에 사표를 냈고, 오늘(15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금양의 ‘과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양은 연 매출 2천억원 남짓인 회사이나 ‘이차전지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2.5배 폭등해 시가총액은 3조원을 웃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박 이사의 활발한 대외 활동도 금양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 평가다.
좀더 과거로 거슬러가면 금양은 지난 20년 간 ‘증시 테마’와 함께 움직인 모습이 확인된다. 금양은 1955년 설립 이후 수십년 동안 사카린 등 화공품 제조업과 금속도급업을 주업으로 삼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주주 간 분쟁이 일면서 2대 주주와 소액주주 연합 세력이 경영권을 확보한 뒤 변화가 시작됐다. 2000년 9월 당시 인기 몰이 중이던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한데 이어 2001년초에는 한 통신사의 인터넷폰 사업 부문도 사들였다. 2000년대초 ‘닷컴 버블’에 올라탄 셈이다.
이런 변화에 현 최대주주인 류광지 대표의 역할이 있었다. 서울증권 출신인 류 대표는 1998년 금양 입사 뒤 재무기획팀장 등을 거쳐 2001년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 류 대표는 한동안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오다 2016년께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데 이어 2019년 이차전지, 2021년엔 연료전지 관련소재·부품 제조·판매와 전자상거래업, 지난해엔 배터리·소재의 개발, 제조·판매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올해도 해외자원개발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나같이 모두 성장성이 높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사업 영역들이다. 현재 금양의 정관에는 모두 26개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런 신산업 진출이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여러 사업 시도를 하면서 주가는 크게 오른 상황이지만 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뜻이다. 한 예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99%는 화학제품 제조와 판매에서 나왔다. 주력 판매 제품도 ‘CELLCOM’이란 상표로 팔리는 발포제다.
이런 까닭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금양을 예의주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신규사업 진행 여부가 의심스러운 회사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양이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고 앞으로 이차전지·수소연료·자원개발 사업에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