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또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해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한 네이버 투자 카페 회원들의 주식 매도 물량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제 2의 주가조작 사태를 우려한 시장은 출렁였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과 코스닥시장에서 동일금속 등 총 5개 종목의 주가가 비슷한 시각에 하한가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종목은 이날 오전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방림 주가가 오전 11시46분께 가장 먼저 하한가(-29.90%)로 내려갔고, 이어 동일금속 주가가 11시57분 -30% 폭락했다. 동일산업(-30%)과 만호제강(-29.97%), 대한방직(-29.96%) 주가는 낮 12시10∼15분께 차례로 하한가에 진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곧바로 공통점이 없는 5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쳤고, 이들 주가가 장기간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에서 제2의 주가조작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8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갑자기 발생했는데, 이 종목들도 약 3년간 주가가 상승하다가 동시에 폭락한 바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의 개입을 조사 중이다.
이날 하한가를 보인 5개 종목도 그간 주가가 급등했다. 한 예로 만호제강 주가는 올해 들어(1월2일∼5월30일) 129.5% 상승했고, 동일금속도 올해(1월2일∼4월28일) 72.65% 올랐다.
다만 이번 사건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처럼 공통 매도 창구가 없다는 점에서 이전처럼 차액결제거래(CFD)의 허점을 노린 시세조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네이버의 한 주식 정보 카페가 연루돼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5개 종목이 해당 카페에서 추천된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페 ‘바른투자연구소’의 강기혁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시에테제네랄발 하한가 사태가 터지고 난 뒤로 증권사들이 대출을 중단했다. 이후에 (같이 주주행동주의를 하던 사람들 가운데)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 설득하거나 물량을 매수해 왔다. 최대한 노력하다 여력이 안 돼 매도 물량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급상승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부러 주가를 올린 것이 아니라 행동주의를 위해 우호 지분을 모으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여부를 점검하고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5개 종목에 대해 15일부터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며, 3개 종목(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2%(18.87) 하락한 2619.0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9%(24.98) 내려간 871.83에 장을 마쳤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전일 반도체 관련 호재의 선반영과 2차전지 관련주의 전반적인 약세로 낙폭이 확대됐다”며 “일부 소형주의 하한가 기록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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