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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진화한 주가조작…‘SG발’ 사태, 과거와 어떻게 달랐나

등록 2023-05-11 07:00수정 2023-05-11 11:2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시에테제네랄(SG)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라덕연(42) 호안투자컨설팅 대표가 9일 검찰에 체포됐다. 라 대표 등은 조 단위의 자금을 운용한 데다 차액결제거래(CFD)와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들 수법이 일반적인 시세조종에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수세력→대규모 다단계

일반적인 주가조작은 △대주주가 시세조종에 참여하거나 대주주의 매도 가능성이 낮은 종목을 상대로 △아는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진행한다. 주가조작 세력들에게는 ‘주가상승’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적절한 시점과 가격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당 중 누군가가 먼저 매도를 하면 시세가 하락해 남는 사람은 손해를 볼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한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의혹으로 잘 알려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건에서 대주주인 권오수 전 회장은 김 여사 등 기존 투자자를 이른바 ‘주포’에게 소개하거나 ‘주포→증권사 직원 등의 선수들→선수들의 고객’의 경로로 소규모 수급 세력을 확보했다. (▶️관련 기사 보기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https://www.hani.co.kr/arti/SERIES/1672/title4.html )

‘블랙펄인베스트’라는 미등록 투자자문사는 전주들로부터 증권 계좌를 위탁받아 통정매매나 현실거래와 같은 시세조종행위를 주도했다. 시세조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권 회장은 이 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에 처했고 5명의 공범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하한가 사태는 ‘다단계 방식’으로 세력을 모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덕분에 자금 규모는 1~2조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아카데미의 안아무개 골프선수와 주아무개 병원장이 다수의 연예인, 의사, 기업가 등 투자자를 모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의 50%를 떼주며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투자자는 규모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은 2007년 ‘루보 사태’와 유사하다. 루보 사태는 다단계 업체 제이유그룹의 주 전 부회장 등이 중심이 되어 베어링 생산업체인 루보의 주가를 주당 2000원에서 5만원 수준으로 올린 사건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이 사건에서 일당은 제이유 회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열며 세력을 모집했고 그 결과 1600억원대 자금을 운용할 수 있었다. 

전직 증권사 직원 ㄱ씨는 “이번 사태의 다단계 방식 세력모집은 기존 주가조작 사건에서 진화한 형태이고 자금규모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너 서클’의 규모를 확대한 것일 뿐, 세력의 속성은 변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자산가치 있는 종목 골라 의심 피해

차액결제거래(CFD)와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한 점도 다른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이다. 차액결제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입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을 매입하고 이후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이 기관이나 외국인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시세조종을 숨기기 유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차액결제거래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빌 황 아케고스 대표는 차액결제거래 등을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주식 거래액만 1600억달러(약 20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보유종목 중 한 업체가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이 여파로 이번 사태와 비슷하게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다. 아케고스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가 일어났고 아케고스와 거래했던 금융사들은 10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손실을 봤다. 미국 검찰은 황 전 대표에게 주가조작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라 대표 등이 9개에 이르는 다수 종목의 시세를 관리했고, 이들 종목이 모두 자산가치가 있었다는 점도 세간의 의심을 피하는 데 유리했다.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는 “이번 사건처럼 점점 진화된 수법으로 주가조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면서 “시장교란 행위가 발각될 경우 엄벌에 처해야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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