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공동취재사진단.
검찰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명의의 신한금융투자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고
판단한 거래의 세부 수법 등은 지난해 10월 윤 후보 쪽이 스스로 공개한 김씨의 계좌 거래 내역을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결백’의 증거로 공개한 자료가 외려 범죄 혐의를 손쉽게 추정할 수 있는 증거 자료가 되는 모양새다.
22일 <한겨레>가 윤 후보 쪽이 지난해 10월20일 공개한 김씨의 신한금융투자 계좌 매매내역을 분석한 결과, 고가매수와 종가 관리 등을 통한 시세조종의 흔적이 짙다. 작전세력 구성원끼리 물량을 돌리는 통정매매 의심 정황도 있다.
우선 김씨 계좌를 통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에 견줘 매우 높았다. 구체적으로 2010년 1월 중 7일간(12~13일, 25~29일) 김씨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7억3297만원(67만5760주)어치가 매수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도이치모터스 총거래량의 34.6%에 이른다. 13일에는 이 비중이 절반을 넘어 52.3%까지 치솟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식 불공정거래를 적출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특정계좌의 관여 비중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시세조종 혐의를 둘 만하다”고 말했다. 범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혐의를 갖고 조사나 수사를 해볼 수준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쓰는 수법인 ‘고가 주문’ 정황도 뚜렷하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김씨 계좌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거래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더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7거래일 모두 그랬다. 거래대금 기준 비중이 거래량 기준 비중보다 높다는 것은 공격적 매수로 시세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종가 관리 정황도 보인다. 장 후반부로 갈수록 체결 가격은 오르고 주문 물량은 불어나는 거래 패턴이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구체적으로 총 150차례의 분할매수 가운데 주문 체결량이 직전 체결량보다 적은 경우는 한번도 없었으며, 특히 마지막 거래에서 주문 체결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패턴이 일관됐다. 7거래일 가운데 2거래일이나 도이치모터스 종가가 장중 고가를 기록한 것은 이런 거래 수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예로 2010년 1월27일 주당 2490원(140주) 체결로 시작해 2700원(3만주) 체결로 끝나 종가가 고가가 됐다. 특히 이날 거래에선 직전 거래와 합쳐 8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외상으로 사는 미수거래까지 동원했다.
세력끼리 물량을 주고 받는 통정매매 정황은 그 다음날인 2010년 1월28일 거래에서 포착된다. 이날은 돌연 김씨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8차례 나눠 정확히 10만주를 판다. 그 직후에는 다시 15차례 분할 매수에 나선다. 평균 매도단가(2550.55원)에 비해 매수단가(2680.59원)가 5.1%나 높았다. 전날 미수까지 쓰며 매집해놓고도 그 다음날 싸게 판 뒤 곧바로 비싸게 사들인 모양새다. 작전세력 구성원에게 물량을 넘겨주려는 거래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비영리 독립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통정매매의 상대 계좌 소유주 한 명이 김씨의 모친이자 윤 후보의 장모인 최은순씨라고 보도했다. 김씨 계좌에 있던 주식을 싸게 사간 계좌의 주인이 최씨라는 얘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김씨 계좌가 매매에 개입하기 직전(1월11일) 2295원에서 매수 마지막 날(1월29일) 2670원으로 16.3% 올랐다. 이어 그해 4월28일엔 도이치모터스 외 다른 주식 4개 종목을 매도해 정리한다. 매도 당일 또 다른 한 종목을 2억 여원어치를 사들여 다음날 바로 팔아 1788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하룻만에 8.8%(세전)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