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된 모습. 연합뉴스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관련 법이 처음으로 제정됐다. 법적 테두리 밖에서 몸집을 키워가던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틀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에 대한 보호망도 두터워질 전망이다. 시행은 1년 뒤다.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이 재석 268명 중 찬성 265표, 기권 3표로 30일 통과했다.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인정하고,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한 차례 개정한 바 있지만, 가상자산 업권을 규율하는 ‘기본법’ 성격의 입법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정안의 핵심은 불공정거래를 규제해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 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2배 혹은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여하도록 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손실액의 3배 이상~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했다. 불공정거래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가액을 추징하도록 했다.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자본시장법에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은 탓에 그동안 가상자산을 둘러싼 불공정거래는 처벌이 어려웠다.
가상자산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입장문을 내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는 “국내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첫번째 입법이 이뤄진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법에 명시된 사업자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는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2단계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 업권에 대한 감독 권한을 부여받은 금융위는 하위 규정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융위는 “법 시행 이전이라도 유관기관과 협의해 시장규율체계 확립을 위한 다각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 등을 거쳐 1년 후 시행된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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