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가계부채 증가세를 둘러싼 금융당국 간의 책임회피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금융위원회가 설계한 정책금융상품 특례보금자리론과 금융감독원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모두 거론되고 있는 탓이다. 양쪽 기관의 수장은 같은 날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기관을 향한 책임론을 진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6일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례보금자리론은 1주택자가 대상인 상품으로 젊은층의 생활 안정화과 의식주를 위한 것”이라며 “그것(특례보금자리론)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건 당연히 맞지만 그것도 안 한다면 젊은 분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30조원 넘게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세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은 수용하면서도, 주거안정의 측면에서는 해당 상품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변호한 것이다.
1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 협력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원-국가수사본부 업무협약식'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왼쪽)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도 방어전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국가수사본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기념으로 열린 행사에서 해당 업무협약과는 관련이 없는 가계대출 현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원장의 ‘상생금융’ 행보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올해 주요 은행을 직접 방문하며 대출금리 인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3월 우리은행은 모든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내렸으며, 신한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4%포인트 낮췄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그렇게 지적하시는 게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미시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저는 강하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시적 개입이 적절하냐 적절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효율성의 문제 내지는 판단의 문제니까 그거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저희가 받아야 되겠지만, 저는 그렇게 공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간의 갈등도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감원의 ‘상생금융’ 행보가 통화정책 효과를 갉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회의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창구지도(window guidance)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인해 가계대출 규모가 늘고 기준금리 인상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효과가 훼손된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 원장은 “금통위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저는 100%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양한 국면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물가와 관련된 심각성을 저희도 느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거에 대해서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드렸고, 지금도 금리를 유지하는 (한은의)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해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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