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이 46% 늘어났다. 가상자산 시장이 ‘크립토 윈터’로 불리는 침체기에 들어간 지난해 상반기 이후 1년 만에 증가세 전환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9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28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말(19조4천억원)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총은 2021년 말 55조2천억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 말 23조원까지 급감한 뒤 연말 19조4천억원까지 줄었다가 이번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총은 26개 가상자산거래소와 9개 지갑·보관업자 등 35개 가상자산사업자가 6월 말 기준 보유한 가상자산 수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값이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올 상반기 들어 상승하면서 시총이 커졌다. 국내 원화마켓 비중이 가장 큰 비트코인 가격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81% 올라갔다.
투자 심리도 회복됐다.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원화예치금 규모는 6월 말 기준 4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천억원(11%) 증가했다. 금융위는 “글로벌 긴축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가상자산 상장지수 펀드(ETF) 출시 예상 등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었고,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늘어났다”고 했다.
다만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상반기 투자 심리 회복을 이끌었던 미국 통화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공포로 바뀌면서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어서다. 내년 1분기 중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 펀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투자 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요소다. 금융위는 “미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미국과 유럽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등으로 가상자산 거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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