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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수년째 ‘매출 부풀리기’ 논란이 이어져왔음에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 데에는 상장 때 기업가치를 띄우기 위한 임직원들의 동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 대표 등 임직원 다수는 상장 뒤 이익을 볼 수 있는 스톡옵션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분식 여부를 확정 짓는 금융당국의 향후 절차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계약 구조를 둘러싼 관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별개 계약’ 주장하지만…“모두 운임으로 가격 결정”
3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가맹택시 계약 구조의 상호의존성에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복수의 계약도 상호의존적이면 하나의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한다. 가령 한 계약으로 1만원을 받고 그와 연관된 다른 계약으로 7천원을 지출하는 경우, 이 두 계약을 하나로 봐서 차익 3천원만 매출로 계상해야 한다. 케이엠솔루션-운수회사 간 가맹계약과 카카오모빌리티-운수회사 간 제휴계약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이 별건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두 계약의 주체가 각각 케이엠솔루션과 카카오모빌리티로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제휴계약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가맹택시 사업뿐 아니라 여러 사업에 활용되고 있어 가맹계약에 귀속시키기 어렵다고도 반박한다.
금융감독원은 두 계약이 실질적으로는 하나에 해당한다고 본다. 먼저 케이엠솔루션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완전자회사(지분 100%)인 만큼 경제적으로는 동일체라는 판단이다. 특히 두 계약 모두 가맹택시 운임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거론된다. 현행 회계기준은 “한 계약에서 지급하는 대가(금액)가 다른 계약의 가격이나 수행에 따라 달라진다”는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하나의 계약으로 회계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맹계약과 제휴계약도 여기에 해당할 소지가 적지 않은 셈이다. 금감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가 짙다고 보는 이유다.
■ 반복된 분식 논란에도…4년째 유지 왜?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째 계속된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사업이 본격 출범한 2020년부터 계약 구조는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돌려준 운임의 16∼17%가 운수회사 쪽 매출로 잡히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와 운수회사) 양쪽 모두의 매출이 과대 계상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세무적 지원만 하고 회계처리는 종전 방식을 고수해왔다.
분식회계 의혹의 이면에 ‘상장 한탕주의’라는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배경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액과 기업가치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에서 의심이 짙다. 앞서 증권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가매출비율’(PSR)이란 방식을 적용해왔다. 주가매출비율은 매출액을 주요 지표로 삼는 기업가치 평가 방식이다. 매출액을 부풀리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서 상장 때 공모가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관건은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의 인센티브 구조가 공모가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상장 직후 주가는 통상 공모가의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공모가를 끌어올려야 임직원들이 보유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이익 규모도 커진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 갖고 있는 스톡옵션 미행사 수량은 220만주에 이른다. 가중평균 행사 가격은 주당 8548원이며, 모두 부여된 뒤 2년만 지나면 상장 직후 행사 가능한 수량이다. 지난해 시장에서 거론된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가 최대 8조원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류 대표이사의 스톡옵션은 수백억원의 이익 실현도 가능한 규모다.
구체적 내역이 베일에 가려진 임직원 전체의 스톡옵션을 보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임직원 전체의 스톡옵션 미행사 수량은 류 대표이사 보유분을 포함해 총 1635만주에 이른다. 사업부문총괄 부사장과 재무부문총괄 부사장 등 핵심 직책은 모두 임원이 아닌 직원에 해당돼 개인별 스톡옵션 수량이 공개돼 있지 않으나 상당한 물량을 부여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그룹 전반에 이런 조직문화가 팽배해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제도 도입 추진의 계기가 된 카카오페이 사태가 대표적이다. 2021년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회사 상장 한달 뒤에 23만주 분량의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하고 장내 매도해 458억원의 이익을 실현한 바 있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카카오그룹 관계자는 “비상장 계열사들은 카카오페이를 오히려 ‘모범 사례’라고 보는 분위기마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