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연 1.5%로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째 이어져온 유례없던 ‘초저금리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유동성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던 시절에서 긴축으로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정상화’의 시작으로 평가한다.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 지속이 그만큼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탈출을 명분으로 2012년 중반부터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경기침체를 어느 정도 방어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한국 경제의 ‘잠재적 뇌관’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장 큰 배경은 좀더 확연해진 경기회복세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며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10월 전망 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로 올린 바 있는데, 이를 웃돌 것이라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글로벌 경기 회복세 확대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도 고려됐다. 연준은 올해 두차례 인상에 이어 12월에도 또 한차례 인상을 예고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가 1.25~1.50%가 돼 한-미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부추길 수 있어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누적된 가계부채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배경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금리 수준이 과도하게 완화적이어서 가계부채 급증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제 과도하게 완화적인 수준의 통화정책을 이어갈 요인이 크지 않으며 금리 정상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원화가치가 동반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45% 내린 2476.37로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40원 오른 달러당 1088.2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2년3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6000억원의 팔자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라는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일부 외국인들이 단기적인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풀이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시장에 미리 신호를 준 대로 올린 셈이어서 (통화 당국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됐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인상 자체도) 미국 등 흐름을 보면 올려야 할 타이밍에 잘 올렸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금리 인상의 속도에 쏠린다. 아직 금리 절대 수준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한두 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 이주열 총재는 “성장세 지속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안정에도 유의하여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은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조 위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엔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약하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오석태 본부장은 “한은이 추가 인상 여지를 확실히 하면서도 다만 신중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 흐름인데, 지금대로라면 이 총재 퇴임 직전인 2월쯤 한번 더 올린 뒤 주춤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순혁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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