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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현장에서] ‘연봉 5억’ 한은 낙하산과 이주열 총재

등록 2018-04-09 18:55수정 2018-04-10 09:06

“아직도 멀었다 공정사회.”

사장·전무·상무 등 회사 수뇌부 전원이 한국은행·정치권·모회사(금융결제원) 출신 ‘낙하산 3종 세트’로 채워지는 서울외국환중개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촛불 혁명을 배경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과 채용비리 수사 등 사회적 정의를 찾기 위한 여러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금융권 낙하산 문화만은 변할 줄 모르는 구태로 남아 있다.

관행이라며 불공정한 자기 밥그릇 챙기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경우엔 일단 한국은행 총재다. 역대 한은 총재들은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처럼 금융결제원과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자리 등에 한은 출신들을 내려보냈다. 물론 외부 출신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신생 회사거나, 조직 내부 문제가 심각할 경우엔 건강한 시각과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게 나을 수 있다. 대신 이 경우에도 조직을 이끌 만한 리더십은 검증된 사람이라야 한다.

이주열 총재는 2014년 4월 총재로 취임하면서 장병화 전 사장을 부총재로 차출해 서울외국환중개의 경영 공백을 불러일으키더니, 6개월 뒤엔 전임 김중수 총재 체제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낸 정희전 전 통화정책국장을 후임으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정 전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기피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한번 눈 밖에 난 직원들은 내치는 스타일로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낙하산 사장 반대’에 나서는 도화선이 됐다.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을 살펴보며 평생을 커온 한은맨들 중에도 영업이 생명인 외환거래 중개회사에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직원들을 다독이며 성과를 낼 수 있는 덕목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자리에 적격인 사람을 찾기보다, 자신이 챙겨줘야 하는 이에게 주는 ‘전리품’처럼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자리를 활용했다.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자리는 기본급 3억원가량에 성과급을 더하면 연봉이 5억원에 이르는 ‘알짜’ 낙하산 자리다.

이 총재는 이외에도 올해 초 김민호 부총재보를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으로, 하근철 커뮤니케이션 국장을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으로 보냈다. 또 최근엔 한 지역본부장을 예금보험공사 이사로 보내기로 당국과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오며 한은 몫도 잘 확보하고 있어, ‘윗선끼리 친하게 지내며 한은이 너무 챙겨 간다’는 소리가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한은 한 직원은 “총재에게 잘 보이면 퇴임 뒤에도 결제원이나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가서 임기 3년 동안 10억을 번다. 이런 권한이 온전히 총재 몫이니 간부 중 누구도 총재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고 쓴소리를 못한다”고 말한다. ‘낙하산 인사’가 낙하산을 받는 회사는 물론, 내려보내는 한은 조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순혁 기자
이순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이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연임시키자, “한은으로서도 무척 명예로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 소감이 진담이라면, 친소 관계에 바탕을 둔 자리 챙겨주기는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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