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엑스조선해양의 배 짓는 야드 모습. 연합뉴스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이 노사 합의로 제출한 고통분담 자구안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이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수용’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에스티엑스조선은 두번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채권단은 향후 독자생존에 실패할 경우 다시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 채권단 대표이자 최대주주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내어 “자구계획에 대해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으로 판단됨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회생절차 추진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자구안 제출시한으로 정했던 9일 자정이 지나도 노사가 합의안을 제출하지 못하자 한때 ‘원칙적 법정관리’ 방침을 선언하기도 했다. 에스티엑스조선은 2016~2017년 한 차례 법정관리를 겪은 터여서, 이번에 법원으로 가면 ‘청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다. 하지만 10일 오후 6시께 노사가 가까스로 합의한 자구안을 제출했고, 산은은 관련 내용을 검증해 ‘수용’ 결정을 내렸다.
자구안은 외주화나 희망퇴직이 아니라 무급휴직을 통해 인건비 절감을 달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고용 규모를 유지하는 대신에 앞으로 5년간 1년에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하기로 했다. 이는 회사가 애초 제시했던 외주화 전환 방안보다 개개인의 임금 감소 폭은 더 크다. 산은은 “노조가 더 큰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회사에 남아 회사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구조조정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노사간 합의로 나온 방안이란 데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에스티엑스조선은 일단 법정관리 위기를 벗어났지만, 향후 고강도 자구계획 이행과 사업재편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산은은 향후 저가 수주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배 수주를 위한 선수급환급보증(R/G)을 선별 발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스티엑스조선은 지난해 말 이후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사실상 중단돼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17척의 수주 잔량 중 6척은 아직 이 보증도 못 받은 상태다. 산은은 앞으로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자금부족이 발생하면 원칙대로 다시 법정관리 신청을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 컨설팅 방안에 따라 ‘독자생존’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에스티엑스조선은 2013년 이후 국책은행 등 채권단에서 8조원대 돈을 지원받고도 경영정상화에 실패해 논란을 불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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