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정부가 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낮췄지만, 올해 상반기 대부업에서만 저신용자 신규 대출자가 22.7% 급감하는 등 전체적으로 10만명이 대출을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에서마저 거절당한 이들이 갈 수 있는 정책 서민금융상품 재원은 충분하지 않아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받은 ‘대부업 상위 20개사 신규 신용대출자 추이’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저신용자(7~10등급) 신규 대출자 수가 24만11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면 22.7%(7만808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중신용자(1~6등급)의 신규 대출자 수는 12%(2만6551명) 감소하면서 전체 평균 18.3%(9만7361명)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를 비롯한 금융기관에서는 부실률 관리를 위해 저신용자 신규 대출심사를 강화해 저소득층의 대출승인율도 줄었다. 저신용자에 대한 대부업 대출승인율도 지난해 16.2%에서 올해 상반기 12.8%로 떨어졌다.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대부업의 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저신용자들이 무분별하게 대출받는 행태를 바로잡는 장점도 있지만, 업체 쪽의 리스크 기피로 상환 능력이 있는 저신용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저축은행도 2016년 12월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26.4%였지만, 최고금리가 낮아진 뒤 지난 5월엔 23.4%로 떨어지는 등 모든 금융권에 걸친 저신용자들의 대출 탈락률은 동반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불법사금융 피해 민원은 2016년 310건에서 2017년 622건, 올해 8월 기준 372건이 대부금융협회에 접수돼 증가 추세에 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9일 공개한 ‘금융위 최고금리 인하 관련 비공개 내부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융위는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자료를 통해 최고금리 24%로 인하할 경우 최소 38만8천명에서 최대 162만명이 대출에서 탈락할 거라고 예상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런 예측에 비례하게 6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을 위한 정책 서민금융자금 재원은 늘어나지 못했다. 2018년 기준 서민금융진흥원의 미소금융 5000억, 햇살론 2650억원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연간 3조5천억원을 공급해 약 3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 예측치 최소 인원인 38만여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여기에 은행업권이 따로 운영하는 새희망홀씨도 약 3조원 규모다. 이들 정책 서민금융상품마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1~6등급 이용자 비율이 60.4%에 이른다.
재원 구조가 휴면예금과 금융사 기부금, 한시적인 복권기금 등으로 정부 예산이 편성돼있지 않아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금융위 관계자는 “운영중인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 태스크포스’에서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이용자층을 고민하는 것과 함께 정부 일반예산을 넣는 방안 등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일종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을 한 만큼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예방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상환능력이 있는 저신용자들이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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