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 짬짜미’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한국관광공사가 케이뱅크에 80억원을 출자하면서 사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법무법인의 법률검토를 받고도 이사회를 열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관광공사 사장은 이 사업을 거절했다가 한달 만에 결정을 뒤집었는데 소관부처는 추후 경위조사에서 사유가 미심쩍다는 결론을 내렸다.
2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종합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한국관광공사 케이뱅크 투자 관련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관광공사가 (이사회 의결을) 모르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알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시 관광공사 사장이 케이티가 한 인터넷은행의 사업 제안을 거절해놓고, 한 달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결정을 뒤집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외압이 없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관광공사는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으려는 케이티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해 법무법인 화우에 법률검토를 의뢰해 2015년 9월22일 회신을 받았다. 사업추진을 위해선 기획재정부 등과 사전협의하고 공사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관광공사는 이런 의견서를 받은 직후인 같은달 24일에 열린 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부의하지 않았으며, 같은달 25일 업무협약과 30일 주주 간 계약 체결을 그냥 진행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같은해 10월16일 이사회 의결 서류 미비를 지적한 뒤에야 사후 이사회 의결에 나섰다. 그나마 중대 사안은 규정상 대면 이사회를 하는 게 적절한데도 서면 이사회로 대체했다. 금감원 서류 미비 지적이 나온 지 열흘여 뒤인 10월27일에 공사의 정례 이사회가 열렸는데도 이를 부의하지 않은 채, 다음달 11월13일 서면결의로 처리한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관광공사의 출자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절차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관주의 조처를 했다. 또 조사보고서에서 “공사는 케이티 컨소시엄에 사업 참여가 곤란하다고 통보한 후, 사업 필요성을 사장에게 재보고하여 설득하고 사업 참여를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고 하나 입장이 바뀌게 된 사유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명시했다.
한편, 관광공사의 케이뱅크 출자 과정에 대한 추가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불거지자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안종범 수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기록을 근거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사업자가 사전에 내정됐다는 의혹이 제시된 지 열흘 만에 케이뱅크와 관련된 또다른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인가 과정 전반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감사원이 전반적인 감사에 착수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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