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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감원, 삼바 분식회계 몸통으로 ‘삼성물산’ 지목했다

등록 2018-11-16 05:01수정 2018-11-16 09:20

증선위 제출 심의자료 살펴보니
분식 출발점은 삼성물산 합병과정

제일모직 가치 부풀리기 확인 땐
이재용 부회장 대법 재판도 영향
“특별감리와 함께 검찰 수사 시급”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사태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으로 번지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 분식회계로 판정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회계가 연결된 모회사 삼성물산의 장부까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생겼다. 이미 증선위는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검찰 역시 이번에 공개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전 작성된 제일모직 기업가치보고서도 가치가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되면, 합병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다투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5일 <한겨레>가 금융감독원이 증선위에 제출한 심의자료를 확인한 결과, 금감원도 삼성바이오뿐 아니라 삼성물산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드러났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지분을 시장가치로 임의평가해 4조5천억원의 회계상 이득을 취한 경위를 분석하면서 그 정점에 ‘삼성물산’을 올려놨다.

심의자료에는 “(2015년 5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콜옵션 효과 누락 등으로 제일모직 보유 삼성바이오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됐고, (2015년 9월 합병 완료를 전후해) 삼성물산은 2015년 3분기 보고서에서 콜옵션 부채를 누락했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콜옵션을 확인한 회계법인은 에피스 콜옵션을 회계상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고 했고, 삼성바이오는 부채 계상으로 인한 완전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결산 때 2014년 12월31일 기준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급조’하거나 ‘바이오젠의 콜옵션 조기행사 거부로 인한 에피스 나스닥 상장 무산 사실 등을 은폐’하려 한 게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이 파악한 분식회계 출발점은 바로 삼성물산 합병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지난 14일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분식회계의 동기까지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감리는 2015년 말 재무제표를 확정하기 위한 회계처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감리했다”고만 말했다.

다만 증선위는 삼성물산의 회계까지 들여다볼 여지는 남겼다. 김용범 위원장은 “증선위 결정(분식회계된 부분을 덜어내라)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 여부 등을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했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삼성바이오는 조처안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한달 안에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목표 수준(6조9천억원)에 맞췄고, 이는 삼성물산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흔적을 적절하게 감추는 수치였다”며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빠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에 정통한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식회계가 합병 과정에 편법이나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까지 입증해주진 않는다”면서도 “사후 합리화 작업을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면 분명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검찰 수사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물산-모직 합병 처리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어떻게 이용됐는지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로 이어진다면 파장은 클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외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무효라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삼성물산 주주 일성신약이 제기한 소송으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이 진행 중이다. 수사를 통해 물산-모직 합병 과정에서 모회사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작업 등이 확인되면 재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손혁 계명대 교수(회계학)는 “삼성바이오 주식을 과대평가한 게 제일모직 합병비율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내부 문건에 나오니 이런 부분을 삼성물산 감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회사 삼성바이오 주식이 거래중지되자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7% 내린 1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만9400원(-5.78%)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완 박수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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