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관련 첫 재판이 열린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방청객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법정에 나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구속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장소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11명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 부회장 쪽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그룹 승계 계획안인 ‘프로젝트 지(G)’에 따라 △2015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비율로 합병하고 △합병이 계획대로 이뤄지도록 허위 정보를 흘리거나 중요 정보를 감췄으며 △이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 쪽은 △모직-물산 합병은 양사 필요에 따라 이뤄졌고 △거짓 정보를 알리거나 악재를 감추지 않았고 △로직스의 재무제표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도록 작성됐다고 반박했다. 함께 기소된 미전실 관계자나 물산, 로직스 관계자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당초 1회 공판은 지난달 25일로 예정됐으나, 이 부회장의 충수염 수술로 한달 가량 연기되어 이날 열렸다. 검은 정장에 흰 와이셔츠, 넥타이 없는 차림으로 법정에 선 이 부회장은 인정신문(재판장이 피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것) 때와 ‘국민 참여재판을 원하느냐’,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각각 “아닙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할 때 외에는 대체로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인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한편, 이날 공판은 검사 11명, 피고인들의 변호인 23명이 출석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과 이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론뿐 아니라, 다음 공판 때 어떤 증인을 부를 것인지, 검찰의 증거개시(공소사실 관련 증거를 상대방에게 공개해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을 놓고도 한 시간 넘게 양쪽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따라 다음 공판 기일에는 ‘프로젝트 지’를 비롯한 다수의 승계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 삼성증권 팀장이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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