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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팩트체크] SNS 맞춤법 틀리면 정말 신용등급 깎이나

등록 2018-11-23 18:36수정 2018-12-03 10:36

[영상+] SNS에서 퍼지는 도시괴담형 소문 분석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맞춤법이 엉망이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도시괴담스러운 소문이 SNS 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정말일까요?

발단은 금융위원회의 지난 21일 발표입니다. 금융위가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걸 내놨는데 그 내용 중에 ’통신?전기?가스 요금 납부 내역, 온라인 쇼핑 구매 내역, SNS 정보 등을 통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전문회사를 도입하겠다’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가 이런 회사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지금 신용정보회사들은 금융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합니다. 그러다보니 가정주부나 사회초년생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대출이나 카드이용실적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금융위 자료를 보면 2016년말 NICE 기준으로 2년 동안 카드·대출이용 실적이 없는 국민이 1107만명에 달합니다. 현재 정기적으로 돈을 벌고 있고, 앞으로도 성실히 일할 계획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과거 금융활동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비금융정보를 토대로 한 신용평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현재도 일부 평가사들이 통신요금 납부 현황 등을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아 신용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업체 정보만 사용되는 등 활용 기준이 체계적이지 못해 오히려 정확한 평가를 방해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SNS 정보를 신용평가 근거로 삼겠다니 찜찜합니다. 외국에 이미 이런 업체들이 있다고 하니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렌도(Lenddo)사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개발도상국 중산층에 주목했습니다. 금융거래 기록이 없지만 성실히 일하고 있는 이들이죠. 회사는 이들에게 대출해주기 위해 SNS를 활용한 신용평가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총점 1000점인 ’렌도스코어’에서 최소 300점을 받아야 합니다. 점수를 결정하는 요소는 3가지 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활동 △신뢰할만한 가족, 친구들의 대출자에 대한 평가 △금융실적 등입니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친구와 가족들의 렌도스코어도 깎입니다. 렌도사의 시스템은 일종의 SNS 친구 간 연대보증 시스템입니다. SNS 게시글에 맞춤법을 지켰는지 여부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맞춤법 괴담’은 독일의 핀테크 기업 크레디테크(Kreditech) 때문에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는 대출심사 시 기존 은행거래정보 외에 페이스북, 이베이, 아마존에서의 행동 패턴을 반영합니다. 맞춤법을 잘 지키는지, 대출 약관을 꼼꼼히 읽었는지, 주기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했는지 등을 살핀다고 합니다. 대출과 관련된 정보를 꼼꼼히 읽었다면 신용점수가 올라가고, 신청서를 성실하게 작성해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한글 맞춤법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칠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금융위는 ’맞춤법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여부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라면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당장 내년부터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는 겁니다. 이르면 내년에 관련 규정이 개정돼 비금융정보로 신용을 평가하는 회사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 회사들이 다양한 평가 방법을 고안해내겠죠. ’맞춤법 준수 여부’를 중요한 신용평가 근거로 삼는 회사가 생길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다만 생긴다고 해도 그 기준은 여러 기준 중 하나일 뿐이므로 맞춤법 하나만으로 신용등급이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취재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연출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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