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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삼바 ‘고의 분식’ 불복해 소송…이재용 판결까지 시간끌기?

등록 2018-11-28 19:26수정 2018-12-02 11:12

과징금 80억과 재무제표 수정
CEO·CFO 해임 권고·감사인 지정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검찰 고발·매매거래정지는 제외

국회서 열린 ‘삼바 분식’ 토론회
삼바의 삼성에피스 공동지배 여부
국제회계기준 따랐는지 두고 공방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토론회. 김병욱 의원실 제공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토론회. 김병욱 의원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해 4조5000억원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한 양쪽의 공방이 이제 법정으로 옮겨 ‘2라운드’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는 28일 “증선위 의결에 따른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27일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의 대상은 증선위의 행정처분으로, 과징금 80억원, 재무제표 수정,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등이 해당됐다. 행정처분이 아닌 검찰 고발이나 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 매매거래 정지 등은 이번 소송 대상에서 빠졌다.

행정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금융위도 규제법무담당관을 중심으로 법무법인을 선정해 삼성바이오에 맞설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의 행정소송 대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가 판단한 대로) 2012~2014년에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는 게 맞느냐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논리구조가 흔들리면 증선위 판정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 제기를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염두에 둔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선위 결정을 받아들여 곧바로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되면,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정당성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 내부문건의 ‘증거가치’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2년부터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바이오젠과 공유했다는 증선위의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자료 등을 수집해 재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는 삼성바이오와 합작사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공동지배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삼성바이오와 금융당국 간 공방이 치열할 것임을 미리 보여줬다. 패널로 나온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증선위 판정이 맞다는 입장을, 또 다른 패널 김동현 회계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증선위 판정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토론을 위해 삼성바이오 쪽 주장과 비슷한 분을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계사는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일관되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고, ‘원칙 중심 회계기준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계사는 “1차 조치 시점까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종속회사)한다고 판단했다가 2차 조치 때는 공동지배(관계회사)로 하는 게 맞다고 한 것은 상충된다”며 “1차와 2차 조치 간 차이가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또 김 회계사는 “스모킹 건이라 불리는 내부문건, 모회사 합병이라는 외생변수가 증선위의 이번 결론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문가적 판단이 요구되는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했는지가 우선적인 판단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순탁 회계사는 금감원의 판단이 바뀌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홍 회계사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 감리 결과 2015년 회계에서 4조5000억원의 이익을 본 것은 부당하다는 핵심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가 회계 규정의 빈틈을 활용해 분식회계를 한 것을 ‘재량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을 분식회계의 쟁점으로 만드는 것은 삼성바이오와 김앤장의 재판 대응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증선위 논의 과정에 정통한 그는 “금감원 감리 결과,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 쪽 의도를 정확히 알고 회사의 회계부정에 조력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건은 국제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판단 문제가 아니라 고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와 회계법인의 범죄 행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 최현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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