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옥 모습. <연합뉴스>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피해구제를 위해 금융당국의 금융분쟁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을 공표했다. 하지만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 피해구제 비율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과 일부 투자자들은 25일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앞두고 ‘사기판매’ 등을 주장하는 고소장 내용을 공개하는 등 은행권 압박을 이어갔다.
23일 우리은행은 보도자료를 내어 손 행장이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해 펀드 손실과 관련해 고통을 겪는 고객들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표명했으며,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진행할 때 고객 보호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고객 보호를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 피해구제 비율을 두고 특정 숫자를 거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쟁조정 때 은행 쪽 입장을 내세우기보다 최대한 고객 입장을 들어서 피해구제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담은 발표”라며 “디엘에프 사태 분쟁조정과 관련해 다른 은행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우리은행은 이번에 발표한 입장을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사옥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영·미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을 판매한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역시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할 뜻을 비쳤으나, 우리은행과는 ‘온도 차’가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가 만기인 독일 국채금리 연계 디엘에프를 대거 판매해 대규모 손실 확정이 불가피해 보이나, 하나은행은 아직 손실을 말하긴 이르다는 주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판매한 상품의 만기는 90% 가까이가 내년이어서 글로벌 금리가 좀 더 반등해주면 원금 보전으로 만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고, 타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단 두 은행 모두는 자산관리(WM) 부문의 성과평과 시스템을 대거 손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성과평가제도(KPI)를 전면 개편해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 중심 지표로 바꾸기로 했다. 앞서 성과평가가 수수료 수익에 집중돼, ‘팔고 보자’ 식의 무리한 영업 행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터다. 이에 하나은행도 자산관리전문가(PB)에 대한 성과평가에서 고객 수익률 등을 올해 하반기에 갑절 이상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날 저녁 은행연합회 간담회에 참석해 “성과보상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해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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