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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모험자본에 깜깜이 규제…정부 정책이 키운 ‘괴물’

등록 2020-02-10 04:59수정 2020-02-10 10:23

환매중단 사태에 자본시장 휘청

금융위, 성장세 기대 못미치자
운용사 등록제·설립 사후보고 등
대대적 규제완화로 외형 성장 ‘올인’
“사태 제대로 처리못하면 공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

금융위원회는 2011년 6월16일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외국 헤지펀드가 국내에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으나 정작 우리 제도로 만든 헤지펀드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거창한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 금융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헤지펀드 도입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형 헤지펀드’는 도입 9년을 맞는 현재 외형은 커졌으나 업계 1·5위 헤지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말해주듯 오히려 자본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금융위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단기간에 달성하기 위해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규제를 과도하게 풀어주면서도 이를 감시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두지 않았다. 액셀은 있는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였던 셈이다. 라임과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는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중도에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판매해 이른바 ‘자금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는데, 금융감독당국은 이런 사정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금융위도 처음엔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선진국보다 강화된’ 감독 규제 장치를 뒀다. 2011년 도입 당시에는 펀드 설립 사전보고, 차입·파생상품 같은 레버리지 현황 정기보고, 요건을 갖춘 금융투자업자에만 제한적 운용자격 부여, 일반인 최소투자한도(5억원) 설정 등의 규제가 적용됐다. 2012년 1조400억원(순자산 기준)이었던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성장세였다.

그러자 금융위는 2015년 10월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나섰다. 운용사를 인가가 아닌 등록만으로 설립할 수 있게 해주고, 운용역 자격도 ‘자산운용 경력 2년’에서 ‘금융회사 근무 3년 경력’으로 완화했다. 펀드 설립 보고는 사전에서 사후로 바꾸면서, 보고 내용을 대폭 간소화했다. △설립 1개월 안의 펀드로 △증권시장에서 매각 곤란한 경우에만 허용했던 환매 대응용 자전거래 요건도 폐지했다. 기존 모펀드에 소규모 펀드를 자펀드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해 ‘모자형 펀드’가 활성화하도록 한 것도 이때였다. 개인의 최소투자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라임자산운용의 변칙적 행태도 대부분 이 당시 규제완화로 가능해진 것들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규제완화 기조는 이어져 2018년 9월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고, 10% 초과 보유 지분에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등의 개편방향이 발표됐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험자본 육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말 재검토에 들어갔다.

자산운용업에도 관여하고 있는 한 증권사의 임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라임은 자율과 혁신을 모토로 한 역대 정부의 정책 아래 일종의 괴물로 성장한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200여개의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들도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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