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코스피가 1900선이 무너진 뒤 13일 장중에 다시 1800선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12일 종가가 나타난 한국거래소 전광판 모습. 자료: 한국거래소
코스피가 13일 개장 직후 또다시 폭락하며 장 초반에 5% 넘게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11.65(6.09%) 떨어진 1722.68로 개장한 뒤 9시30분 현재 5% 하락한 172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하룻만에 다시 장중에 1800선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6.87(4.77%) 하락한 536.62로 개장한 뒤 8% 이상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4분 코스닥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이날 오전 9시6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5% 이상 선물 가격하락이 1분간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주식시장 폭락은 미국과 유럽 증시가 간밤에 대폭락하면 장을 마감한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12일(현지시각) 10% 안팎의 대폭락을 기록하며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2,352.60(9.99%) 하락한 21,200.62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블랙먼데이 당시 하루에 22% 폭락한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60.74(9.51%) 내린 2,480.64에, 나스닥지수는 750.25(9.43%) 내린 7,201.80에 각각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상황은 비슷했다. 유럽 주요국 상장사들이 포함된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11.5% 폭락해, 마찬가지로 1987년 이후 최악이었다. 영국 푸치(FTSE)100 지수는 11% 가까이 빠졌다.
이날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찬물을 끼얹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경제대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했으나 기대에 못미쳤고, 오히려 유럽 국가들에 대한 30일간의 입국금지 조치를 내놓은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항공주와 크루즈 회사들의 주가가 가장 타격을 입었다. 유나이티드 에얼라인은 25%, 델타 항공은 21%나 폭락했고, 로열 카리비언 크루즈는 32%나 떨어졌다.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거래가 15분간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서킷브레이커는 S&P 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출렁이면 발효된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단기금융시장에 자금을 수혈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먹히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점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은행들에 긴급 자금을 방출하고, 회사채를 포함한 채권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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