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7일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채권시장안정기금 등 시장안정조치들의 시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오전 긴급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즉시 시행 가능한 시장안정 방안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시장안정조치와 증시수급 안정화 방안이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시장안정조치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융안정기금 등을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국이 금융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통화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금융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에는 주가 하락에 이어 원-달러 환율이 약 10년 만에 1240원대로 급등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유동성 지원, 그리고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미 84개 금융회사와 관련 협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로 언제든지 펀드 운용을 재개할 수 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을 한데 묶은 뒤 신용보강을 통해 우량등급으로 만든 증권이다. 금융당국은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돕기 위해 피-시비오 규모를 지난해 7천억원에서 올해 1조원으로 확대했다. 이번 추경에서도 발행규모를 5천억원 확대했다.
금융안정펀드는 증시안정펀드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공매도 제한에 이어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해 증시에 투입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권협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자산운용협회 등 4개 기관이 5150억원을 공동으로 조성해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증시에 자금을 투입했다.
은 위원장은 “최근 크게 확대된 시장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책 대응에 실기함이 없도록 특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매일 증시 개장 전 시장점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는 16일 김태현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지주 임원 간담회를 열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