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지난달 국외주식 거래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스마트 머니’가 지난달 주가가 급락한 미국 등 국외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국외주식 결제액(매수+매도)은 한달 새 67.4% 급증한 137억6241만달러(약 17조원)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순매수액(매수-매도)도 7억2713만달러로 전달에 견줘 70.8%나 늘었다. 특히 전체 국외주식 거래액의 90%가 미국 주식에 몰렸다. 지난달 미국 주식 결제액(123억8839만달러)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순매수액(7억8997만달러)은 85.4% 급증했다. 뉴욕 증시는 지난달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3.7%, 10.1% 급락했다. 국외주식 순매수액을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6억6천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18억6천만달러로 182% 급증했다.
최근 한달(3월4일~4월3일) 국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국외주식 상위 20개를 보면, 일본의 화학회사인 쇼와덴코(3위)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 주식이다. 애플(2억6208만달러)과 알파벳(1억5001만달러)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많이 샀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보잉(8위)과 델타항공(12위) 등 낙폭 과대주도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기초자산 가격 등락의 2배 이상으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펀드에도 투자했다. 최근 급락한 서부텍사스유(WTI)나 나스닥지수 가격 등락폭의 3배로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길리어드 사이언스(17위)도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는 개인이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1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식을 쓸어담았던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주가가 사흘 연속 오르자 단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들과는 성격이 다른 스마트머니가 국외주식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계좌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는 처음 증권투자를 한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20~30대였다”며 “반면 국외주식 투자자는 실전 경험이 많거나 국외 부동산에도 투자한 큰 손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0%대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계의 자산이 예금이나 부동산에서 금융투자 상품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위기가 촉발되자, 투자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외주식에 대한 개인의 참여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 증시가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23일 저점 이후 발생했던 강한 반등은 어디까지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한 약세장 속의 랠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시엔비시>(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지금의 경제 충격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 유사하다”며 “미국의 2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3~4분기 전망이 얼마나 비관적이냐에 따라 증시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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