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가상자산) 투기 과열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여러 나라에선 암호화폐가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각국 중앙정부는 암호화폐 투자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면서도 통화나 투자상품으로써 활용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는 지난 20일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코인베이스(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페이(비트코인 결제 서비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위워크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팍소스, 유에스디코인 등이 결제 수단으로 쓰일 예정이다. 위워크는 “암호화폐를 국내외 거래에 활용해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많다. 지난달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고, 스타벅스도 디지털 지갑 앱 ‘백트’와 제휴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결제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간편결제 기업인 페이팔도 자사 지갑에 보유한 암호화폐를 통해 상품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암호화폐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결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암호화폐가 ‘화폐’로 인정받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가치 측정이 어렵고 과도한 변동성 등 위험 요인이 많은 탓이다. 암호화폐 가운데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되도록 설계해 변동성을 줄인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통화감독청은 올해 초 은행들이 지급 결제에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몇몇 나라에선 ‘투자상품’으로도 서서히 자리잡는 추세다. 캐나다 정부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고,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된다. 일본도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대상에 넣어 투자자 보호 등 관리를 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에선 암호화폐의 결제수단 활용 속도도 느리다. 위워크 코리아는 현재 한국에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미국 외 국가의 비트코인 결제는 연말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결제 서비스 기업인 다날이 암호화폐 ‘페이코인’을 만들어 씨유(CU)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날은 상반기 중에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투자 자산으로서 암호화폐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만 유통되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며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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