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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의 김익환 대표는 스타코인 상장을 대가로 10억원의 암호화폐를 차명으로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김 대표에게 배임수재 혐의로 1년6개월 징역형을 확정했다.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던 거래소 상장비로 처벌받은 첫 사례다. 코인네스트는 김 대표가 구속된 뒤 문을 닫았다.
한동안 드러나지 않던 거래소의 상장비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졌다. 피카 코인 발행사는 지난 1월 거래소 내 마케팅에 사용할 2억5000만원어치 암호화폐를 업비트에 건넸다. 계약서에는 이 코인의 소유권은 발행사에 있다고 돼 있지만 이 발행사는 “사실상 상장비였다”고 주장했다. 발행사가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하면서 일어난 소동이었으나, 상장비 논란을 재점화하기에는 충분했다.
빗썸과 고팍스는 한동안 암호화폐 상장 후 개발, 운영비 명목으로 각각 약 1억~2억원, 2000만~3000만원을 발행사로부터 받았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서버를 추가하는 등 실비가 들어간다는 게 두 거래소의 설명이다. 이들은 상장이 이미 결정된 발행사에게만 받았고, 상장 기준에 미달한 업체에 상장을 대가로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돈을 받고 부실한 암호화폐를 상장해주면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업계에선 상장비와 상장 수수료 단어가 혼용되고, 상장과 상장폐지 권한을 가진 거래소의 힘이 막강하다 보니 상장비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심사 수수료(500만원)와 상장 수수료(최대한도 8000만원)를 받지만, 이는 자본시장법을 토대로 한국거래소가 만든 업무 규정에 따른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가 받는 상장비나 상장 수수료는 공개되지 않는 법인 간 계약일 뿐이다.
또한 증권과 달리 암호화폐는 각 거래소가 내부에서 상장을 자체적으로 결정하면서, 그 과정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아직 얻지 못했다. 실제로 코인네스트처럼 뒷돈을 받고 부실한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상장비를 받지 않는 거래소까지 한 묶음으로 비판받는 경향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상장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본처럼 협회 심사를 거친 암호화폐만 상장하자는 주장도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일본처럼 (사실상) 정부가 상장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선정한다면 상장비를 받아도 문제없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관치보다는 상장은 각 사업자가 책임지는 형태가 낫다는 의견도 많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개발·운영 명목의 비용조차도 받으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 수수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에 필요한 비용을 받고 이를 수익으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지현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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