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공동취재사진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총리설’을 재료로 안 위원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컴퓨터 보안업체 안랩의 주가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안 위원장의 총리 선임과 최대주주 교체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보름 새 주가가 2배 넘게 뛰는가 하면, 국외 큰 손이 한꺼번에 매물을 던지며 이틀 만에 20% 이상 급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매출과 사업 방향에 큰 변화 없이 정치권 등 ‘외부 요인’ 만으로는 주가가 춤추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주목된다.
27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안랩 주가는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7만800원에서 23일 17만5800원으로 보름 새 148.3%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4.3% 올랐다. 안랩은 안 위원장이 1995년 창업한 컴퓨터 보안업체로 백신 프로그램 브이(V)3 등을 개발했다.
안랩 주가의 ‘상승 랠리’는 지난 21일 외국계 투자회사 제이피(JP)모건 시큐리티즈가 안랩 주식 53만8878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하면서 가팔랐다. 이 회사는 이 날 5.4%의 지분율로 안 위원장(18.6%) 등에 이어 3대주주에 올랐다. 이틀 뒤인 23일 안랩 주가는 상한가까지 오르며, 2001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안 위원장의 국무총리 하마평이 배경이다. 안 위원장이 총리에 임명되면, 보유한 안랩 주식을 전량 처분해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상 국무총리·장관 등이 3천만원어치 이상의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임명 2개월 이내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신탁하는 경우에도 수탁 기관이 이를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안랩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외 자본이 추가로 유입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대외 환경도 안랩의 몸값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최근 러시아발 악성코드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 우려가 커지면서 사이버 보안업체 쪽이 투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사이버 보안 분야 상장지수펀드(ETF) 운영사 ‘퍼스트 트러스트’ 등이 이달 들어 안랩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틀 동안은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5일 안랩 종가는 13만5700원으로 고점이었던 23일 대비 이틀 만에 22.8% 빠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이른바 ‘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안철수 총리설’에 견제구를 던지면서였다. 주가 상승을 촉발시켰던 제이피모건이 지난 24일 안랩 주식 46만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가 안랩의 장기 성장성이나 인수합병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단타 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나며 투자심리가 식은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안랩 주가 상승 랠리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안랩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이벤트 등만으로 회사 가치가 요동치고 있어서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국내 보안 솔루션 시장 크기는 제한적이다. 지배구조 이슈가 생기면 한동안 주가가 들썩일 수 있겠지만, 내수 위주 기업인 안랩의 실적 자체 만으로는 단기간에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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