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에 ‘위믹스3.0’을 홍보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위메이드가 “가상자산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이 부당하다”며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며 위믹스가 예정대로 8일 오후 3시 국내 거래소에서 일제히 상장폐지되면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기반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위메이드는 본안소송과 국외 거래소 상장 확대 등을 통해 판세를 뒤집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위믹스의 시장 신뢰가 추락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위메이드 주가는 폭락했다.
8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송경근)가 7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상대로 위메이드가 제기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한 배경은 ‘위믹스 유통량 초과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었다.
법원은 “가상자산은 주식처럼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정보인) 위믹스 유통량 계획과 공시에 문제가 있었고, 이후 위메이드 조치 또한 거래소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위메이드가 거래소에 알린 것보다 많은 양의 위믹스를 발행해 유통한 점을 상장폐지 사유로 내세운 닥사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위믹스는 8일 오후 3시부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디지털 자산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투자자들의 위믹스 현금화(출금) 가능 기간은 거래소마다 다르다. 업비트에선 내년 1월7일 자정, 빗썸은 내년 1월5일 오후 3시, 코인원은 12월22일 오후 3시, 코빗은 12월31일 오후 3시까지 출금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법원 판단으로 위메이드가 그린 위믹스 생태계의 확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믹스는 게임 활동을 통한 수익을 실물경제와 연결하는 ‘플레이투언(P2E)’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만들어진 클레이튼 기반 가상자산이다. 위믹스는 위메이드 게임과 블록체인 사업 전반을 연결하는 고리였다. 위믹스 경제를 대체불가능토큰(NFT)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로 지난달 선보인 새 가상자산 프로젝트 ‘나일(NILE)’, 블록체인 기술 접목 게임 신작 ‘미르엠(M) 글로벌’ 등의 흥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위메이드는 “본안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통해 위믹스 상장폐지의 부당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외 거래소 상장을 확대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 블록체인 기반 사업과 위믹스 플랫폼 기반 자체가 글로벌 시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 거래소 상장폐지로 블록체인 사업이 중단되는 건 아니라는 게 위메이드 쪽 설명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게임 개발과 출시도 변함없이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외 대형 거래소 오케이엑스(OKX)가 이날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위메이드의 국외 상장 확대를 통해 국면 전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른 국외 거래소 후오비(Huobi)와 멕스시(MEXC)도 위믹스 거래 창에 ‘투자 경고’ 문구를 띄웠다.
시장 반응도 차가웠다. 8일 위메이드 주가는 전일보다 20.29% 하락한 3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 위메이드맥스(-20.5%), 위메이드플레이(-4.29%)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익명을 요청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본안소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플레이투언 영역으로의 전환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립하던 상황이어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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