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케이티(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에 이어 케이티(KT)도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비롯한 신규 요금제를 대거 출시했다. 지난 2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주문한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화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월 정액요금 시작 단가 자체를 높게 잡아,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는 기존 요금제에서 비어있던 30GB(월 6만1천원)와 110GB(6만9천원) 사이 5G 요금제 구간에 기본 제공 데이터량을 기준으로 50GB(6만3천원), 70GB(6만5천원), 90GB(6만7천원) 등 중간요금제 3종을 신설했다고 27일 밝혔다. 월 2천원을 추가할 때마다 데이터를 20GB씩 더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당 요금제들은 오는 6월2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케이티는 “오는 6월23일부터 같은 혜택의 5G 중간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도 도매가로 제공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요금제와 비교해 30%가량 저렴한 무약정 온라인 요금제 5종도 출시한다. 케이티는 경량(8GB·3만4천원), 중간(80GB·4만6천원, 120GB·4만9천원), 무제한(6만1천원, 6만9천원) 등 5종을 오는 7월3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케이티는 “월 데이터 사용량이 50GB인 이용자의 경우, 기존에는 월 6만9천원짜리 110GB 요금제만 선택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6만3천원짜리 50GB 요금제 선택으로 매달 6천원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교적 저렴하다는 30GB 요금제 가격이 6만1천원으로 높은데, 추가 데이터 20GB당 가격 차이가 2천원뿐인 건 무슨 기준에 따른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케이티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3사가 연이어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비싼 정액요금은 그대로 둔 채 일부 데이터양만 조정해 기존 요금제와 별 차이가 없는 ‘무늬만 중간요금제’에 그쳤다”며 “이는 명백한 담합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동통신 3사는 그동안 소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와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만 출시해놓고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왔다. 이번에 출시한 중간요금제도 고가 요금제를 기준으로 삼아, 저렴하고 합리적인 요금제가 출시되길 바랐던 소비자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케이티는 청년층과 장년층 등 특정 연령대 특화 혜택도 내놓았다. 케이티는 우선 5G 일반 요금제와 온라인 요금제를 사용하는 만 29살 이하 청년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월 데이터 이용량이 60GB인 청년 고객이 기존에는 월 6만9천원짜리 110GB 요금제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월 60GB를 제공하는 6만1천원짜리 요금을 선택해 매달 8천원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제공량 확대는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오는 6월2일부터 자동 적용된다.
장·노년층 이용자를 위해서는 만 65살 이상을 위한 10GB(4만4천원), 15GB(4만9천원), 만 75살 이상을 위한 9GB(4만2천원), 만 80살 이상을 위한 8GB(4만1천원) 등 시니어 요금제 4종을 다음달 12일 출시한다. 케이티는 “데이터 10GB를 이용하는 65살 이상 이용자가 선택약정(25% 할인)과 기초연금 수급자 대상 복지할인(월 최대 1만2100원), 결합할인 등을 적용하면 요금 부담이 월 1만원대로 크게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보호자가 앱을 통해 이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위급상황 시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안심박스’(월 3천원) 부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앞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케이티가 중간요금제를 신고하기 전인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에스케이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LGU+)가 잇따라 5G 새 요금제를 내놓으며 이용자 선택지가 넓어졌지만, 요금제 시작가가 높다. 이에 그 위 간격을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도 이용자 입장에서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게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통신사들의 투자 비용도 감안해야겠지만, 5G 서비스가 상용화된지 4∼5년이 지난 만큼 요금제 기본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요금제를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가 이날 ‘통신비 부담완화④’ 어깨 제목을 달아 낸 보도자료를 보면 “연령별·구간별로 세분화된 요금제 신설로 이용자 선택권이 확대됐다.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요금제를 더 쉽게 선택하도록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월 정액요금 시작가 인하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