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10대 청소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성범죄에 노출되는 등 일이 잇따라 발생해 접속 차단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우울증 갤러리에 대한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대신 운영사 쪽에 자율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와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등을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우선은 후자가 힘을 얻은 모양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22일 오후 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경찰 쪽의 우울증 갤러리 접속 차단 요청 건에 대해 이렇게 의결했다. 위원 5명 중 1명은 ‘해당 없음’, 4명은 ‘사업자 자율규제 강화’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서 정민영 위원은 “게시판 자체가 범죄 목적으로 개설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최근 문제가 된 게시물들이 전체 게시물 중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아 게시판 자체를 폐쇄하는 방식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다만, 심각한 사건이 있었고 논란이 있었던 만큼 사업자가 사후 규제를 강화하도록 권고하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다. 윤성옥 위원은 “불법 정보의 비중이나 맥락 등을 봤을 때 해당 게시판은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기보다 우울증에 공감하고 위안을 주는 게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 접속 차단을 하지 않는 게 불법 정보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불법 정보는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삭제한다”고 말했다.
앞서 방심위 내 법률 자문기구인 통신자문특별위원회도 지난 15일 “차단이 필요한 게시물 양이 많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위로받는 효과도 있다. 우울증 갤러리 접속 자체를 차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을 공모하거나 방조하는 게시물이 우울증 갤러리에 올라온 전체 게시물 중 극소수를 차지하더라도,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 결정에 대해 “생명권과 관련된 사안이다 보니 전체 게시물 가운데 문제 게시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하더라도 접속 차단 조치가 과하지 않다고 본다. 방심위가 양적 기준을 중심으로 판단한 데에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게시판 전면 차단과 같은 조치가 자칫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후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법적 내용이나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 내용을 포함한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만난 청소년들이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메신저 서비스로 넘어가 실제 극단적 선택 행위 등을 공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우울증 갤러리 한 곳만 막는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을지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우울증 갤러리 사태와 관련해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서도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모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이용자들이 일반 채팅이나 오픈채팅을 통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는 운영사가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된다. 다만, 오픈채팅의 경우, 채팅방 개설 시 제목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되면 필터링 조치를 통해 개설 자체를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런 시스템이 미처 걸러내지 못하는 신조어 등의 경우, 이용자들 신고를 통해 인지하는 즉시 필터링 대상 단어에 포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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