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쇄신 의지를 거듭 밝힌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는 올해 안으로 별도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배차 시스템과 수수료 체계 등에 대한 개선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협의체 구성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어, 향후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 등에 대해 조사와 회계감리를 받고 있는 카카오그룹은 13일 오전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세번째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김 센터장은 회의 참석 길에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창업자로서 많은 분들의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준법신뢰위원회와 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해 외부 통제도 받으며 빠르게 쇄신하고 있다. 새로운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쇄신 방안의 구체적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 말에 가시적인 방안을 내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달리겠다”고 밝혔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를 마친 뒤 택시 4단체는 “올 연말까지 공정 배차, 수수료 수준 체계·수준, 가맹 운영 구조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대해 택시 4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전문가가 참여하는 ‘택시 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구성해 개선안을 도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 배차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4단체는 수락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준을 고려해 배차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티(T)의 가맹 택시 실질 수수료율을 기존 최대 5%에서 3% 이하로 낮추는 방안 등 수수료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가맹 사업에 택시 쪽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든다.
이날 간담회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직접 주재했다. 류 대표는 간담회 참석 길에 기자들을 만나 “서비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마음으로 택시 단체의 말을 귀담아듣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뒤 택시업계 쪽은 “사실 오늘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구체적인 개선안들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듣겠다고 왔으니까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동안 이런 문제들이 터질 때마다 소나기 피하듯 해왔는데, 이번 만큼은 지속가능한 상생의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4단체는 2주 뒤 2차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를 받았다가 되돌려주는’ 회계 처리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세세하게 행태를 비판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곧바로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기사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7일에는 수수료 체계 개편과 카카오티(T) 플랫폼 개방 등 택시업계와의 상생·협력 방안 추진 계획도 내놨다.
박지영
jyp@hani.co.kr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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