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2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미래 도시’로 보이게 만든 대표 상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시장 사이를 이동하는 ‘루프’와 3조원짜리 공모양 대형 공연장 ‘스피어(Sphere)’였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루프는 복잡한 도심 아래에 지하터널을 뚫어 테슬라 전기차가 그 터널을 통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이동 서비스다. 개통된 지 3년 정도 됐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이번 시이에스 2024 행사 기간에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행사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의 건물 사이와 5㎞ 떨어진 리조트월드까지 가는데 4~5분이면 충분했다. 꽉 막힌 도심 지상 도로를 뚫고 가자면 20분은 족히 걸릴 길이다.
센트럴홀 앞 ‘루프 스테이션’으로 내려가니, 줄지어 서 있는 흰색·검정색 테슬라 전기차와 화려한 네온 조명의 지하터널이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터널 안이 순백색이어서 조명 효과가 더 강조됐다. 차에 올라타니, 마치 터널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차가 움직인다. 지금은 속도를 규제하고 있어, 직선 구간은 시속 40마일(64㎞), 곡선 구간은 시속 30마일(48㎞)이 최고 속도다. 자율주행 기능도 아직 사용 전이다. 그런데도 차 한 대만 이동할 수 있는 흰색 터널 속 음악과 조명, 테슬라 전기차 특유의 분위기가 합쳐져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준다.
40층 아파트와 비슷한 규모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는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도 잘 보이는 ‘대형 화면’이다. 특이한 모양과 120만개의 발광다이오드(LED)가 하루종일 뿜어내는 화려한 영상에 누구라도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명물이다. 지구를 닮은 구형 안으로 들어서면 나를 둘러싼 구형이 모두 화면이 되는 공연장을 볼 수 있다. 날짜와 시간대, 좌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좌석 수는 1만8600석인데, 관람객을 둘러싼 360도 영상이 시각을 압도한다.
루프는 앞으로 라스베이거스 곳곳으로 더 뻗어갈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의 보링컴퍼니는 앞으로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과 인근 클라크 카운티 지역까지 총 50㎞에 달하는 루프 터널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하남시가 스피어와 같은 기능의 구조물 건립을 추진 중이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