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45) 런파이프 대표
[한겨레 2010 새해특집] 누리꾼 세상|인터넷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씨의 재도전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씨의 재도전
아이러브스쿨? 다음 카페? 네이버 미투데이? 근래 인터넷업계의 최대 화두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국내 에스엔에스의 역사도 들쭉날쭉한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국내에서 대표적인 에스엔에스라는 데 토를 다는 이는 없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1촌’ 등 새로운 개념과 전자화폐(도토리)를 통한 아이템 거래를 선보인 뒤 디지털카메라 대중화의 흐름을 타고 급격히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선구적인 에스엔에스의 보기로써 마이스페이스(미국), 믹시(일본) 등 유사 서비스의 탄생에 토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획일적인 사용자 환경과 타 서비스 연동의 어려움 등은 꾸준히 한계로 지적됐다.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개방형 플랫폼’의 서비스에 견주면, 후진적인 에스엔에스라는 혹평도 나온다. 때문에 업계에서 흔히 얘기하는 ‘싸이월드 이용자 2500만’은 국내 인터넷 문화의 자산이 아니라 한계라는 시각도 있다.
“제 잘못이 큽니다. 반성도 많이 했고 그래서 새로 뭔가 기여를 해보려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좀처럼 태어나지 못하는 한국 웹문화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싸이월드와 네이버가 거론되는 데 대해, 이동형(45) 런파이프 대표는 짙은 아쉬움을 털어놨다. 10여 년 전 싸이월드를 창업해 국내 최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일군 주역의 말치곤 씁쓸하다. 스스로를 “원흉”이라고까지 부른 자아비판은 한국에서 가장 큰 두 플랫폼이 그동안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어떤 의미의 반성인가?
“싸이월드나 네이버의 성공 배경엔 한국 정부가 있었다. 인터넷을 키워 새로운 기회를 열겠다는 목적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정보통신 벤처기업을 지원했다. 자금줄도 틔워주고 개인용 컴퓨터와 초고속통신망 보급률도 높여줬다. 당시 가장 열심히 일할 수 있는 30대 중반이었던 우리 세대가 그 기회를 만난 것뿐인데, 싸이월드나 네이버는 그 성공을 개인화시켰다. 플랫폼을 장악하고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만들고는, 그 안에 들어와야 비즈니스를 받아준다는 식으로 행세했다. 개방적 풍토를 만들었더라면 한국에도 새로운 서비스가 많이 나타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개방적 풍토란 무슨 의미인가?
“대표적인 게 ‘오픈 에이피아이’(API, 응용프로그램환경)를 통한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분리다. 바비인형에 입힐 옷을 만드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인형 제조사가 바비인형의 키, 허리둘레, 팔다리 굵기 등 치수를 공개해 누구나 옷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오픈 에이피아이다. 제조사만 옷을 만들어 팔겠다고 하는 것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픈 에이피아이 쪽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도 기사, 음악, 만화, 게임 등의 생산자가 유·무료를 구분해 콘텐츠를 오픈 에이피아이로 제공하면, 다양한 형태의 유통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다.” -국내 인터넷 환경이 그렇게 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초창기엔 여유가 없었다. 다음 카페, 프리챌처럼 막강한 경쟁상대가 많았다. 싸이월드를 창업하고 3년 동안 매출이 하나도 없었다. 도토리 판매를 시작한 2002년에야 처음으로 수입이 생겼다. 나중에는 누리꾼 80% 이상이 싸이월드 회원이었기 때문에 분명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기회인 줄 몰랐다. 대신 국외로 진출하자는 판단을 내렸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 대표는 2003년 싸이월드가 에스케이에 합병된 뒤, 2005년부터 3년 동안 일본에서 ‘싸이월드 재팬’을 맡아 추진했다.) -싸이월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싸이월드는 자기를 표현하기 좋아하는 20대 여성을 겨냥해 만든 서비스다. 수첩에 사진 넣어 다니면서, 친구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고, 스티커를 붙이는 식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반영해 설계했다. 미니 홈피도 작은 수첩 모양이지 않나. 핵심 이용자층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지금도 그들의 일상이 그런 모습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20대 남성이나 30~40대 직장인을 위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비어 있다. 이 분야는 아직 기회가 있다.” -런파이프는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는가?
“내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다른 비즈니스가 성공하는 걸 목적으로 삼고 싶어 파이프라고 이름붙였다. 텔레비전·신문 같은 대중매체가 생겨나기 전 인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만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대중매체는 이 거리를 벌려놨다. 포털도 대중매체 식으로 운영됐다. 최근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인간이 원래 하던 행동과 가장 흡사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런파이프는 이를 통한 콘텐츠 유통 서비스를 지향한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게 하는 형태다. 아직은 준비단계다. 3분의 1 정도만 진행된 상태다.” 글·사진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