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군침도는 데이터 급증…호시탐탐 노리는 국가권력

등록 2015-04-09 22:02수정 2015-04-10 11:12

[정보주권, 알아야 누린다] (4) 권력의 디지털 개입 주의보
사회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대중은 점차 감시와 통제에 익숙해져 간다. 지난해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법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원내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원거리에서 보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했다가 한 해커에 의해 지난해 누구나 볼 수 있는 한 누리집에 공개되었던 어린이집 모습이다. 인터넷 갈무리
사회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대중은 점차 감시와 통제에 익숙해져 간다. 지난해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법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원내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원거리에서 보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했다가 한 해커에 의해 지난해 누구나 볼 수 있는 한 누리집에 공개되었던 어린이집 모습이다. 인터넷 갈무리
최양희 장관 후보자 얼굴에 곤혹스런 표정이 깊었다. 지난해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였다. 여야 의원들은 그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몰아붙였다. 쟁점은 휴대전화 감청이었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의 도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휴대폰 감청했다면 유병언 벌써 잡았다’ 검찰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 이 문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 후보는 띄엄띄엄 “이동통신에서도 감청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다그쳤다. “그러니까 감청장치를 통신사에 강제로 설치해야 된다 그 말씀인가요?” 즉답을 피하던 최 후보는 “잘 모르겠다”며 물러섰다. 다시 서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오전 오후 답변이 오락가락하면 앞으로 창조경제 어떻게 맡아서 하시겠냐”며 질타했다.

맞부딪힌 두 의원의 인식은 간극이 넓다. 송 의원은 “(수사·정보기관이 얻은) 가입자의 통신자료가 2013년 957만건이 넘었다”며 정부의 개인정보 취득이 이미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설비가 없어서 감청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의 정보 취득 활동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강조했다. 양쪽 주장의 근거에는 우선 개념 차이가 있다. 송 의원이 말하는 통신자료는 통신 내용이 아니라 통신을 한 사람의 이름, 주민번호, 이메일주소 등의 신상정보다. 편지로 치면 편지봉투의 정보에 해당한다. 이런 정보는 법원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이 통신사 등에 요청해 가져갈 수 있는데, 갈수록 늘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602만건이 넘었다. 반면 서 의원 말은 통신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휴대전화의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원 영장이 필요하다.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지금 국가정보원)는 자체 장비로 휴대전화 감청을 했는데, 2002년 ‘엑스파일 사건’ 때 불법도청이 문제가 돼 이를 자체 폐기했다. 이후 지금까지 재도입을 위한 시도가 수시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늘어 위치정보 파악 용이
기술 발전으로 몰래 접근할 길 터줘
국경 없는 사이버 테러 국제 문제
감시 강화 정당성 제공 빌미도

현대 사회, 원인과 효과 관계 뒤집혀
자발적으로 기술의 통제 받아들여

대립하는 입장 사이에서 양쪽을 두리번거리는 디지털 시대의 국가가 있다. 주권자인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수호자로서 의무가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사회 안보를 이유로 범죄자를 색출·추적하기 위한 감시의 필요가 놓여 있는 셈이다. 단 후자의 경우 누구를 범죄자로 규정할 것인가가 권력자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민주국가는 더 큰 주의를 기울여 왔다.

이런 전통의 긴장 구도는 최근 기술에 의해 양상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처럼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는 기술의 등장이다. 사람들이 생성하는 데이터 양이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정부가 탐낼 만한 정보도 크게 늘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휴대하다 보니 추적 대상자가 어느 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용이해졌다.

동시에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의 속성 때문에 정부가 다루어야 할 문제의 범위가 국제적이 됐다. 사이버 테러 문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사이버 테러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오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를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국가 비상 상황’으로 규정했다. 범죄자들이 디지털 기술로 ‘스마트’하게 준비하는 것도 한 요소다. 감시를 옹호하는 쪽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선 더 강력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국면은 대체로 ‘감시국가’ 쪽에 유리하다. 정보인권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카티차 로드리게스 국제권리팀장은 “과거 정부가 당신을 조사하려면 집에 와서 문을 두드려야 했다. 당연히 당신도 조사 과정을 보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덕에 같은 일을 당신도 모르게 수행할 수 있다. 심지어 당신의 몸까지 수색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현재 사이버테러 방지법안을 비롯해 4개의 테러 방지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들 법안은 모두 국정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정보 수집을 강화한다는 핵심에서 같다.

하지만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 변화가 있다. 그렇기에 더 근본적인 변화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기술은 국내에 1970년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일경제>는 1971년 10월21일치에서 서울시청 주변 교차로에 “우리나라 최초로” 폐회로텔레비전이 설치되었다고 전했다. 신기술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경향신문>은 1973년 7월30일치에서 서울 계성고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 설비가 얼마나 훌륭한 시청각 교육을 제공하는지 전하면서 “(이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폭넓게 확산되면 기술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두려움도 커진다. 1997년, 당시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이었던 그레이스백화점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고객을 잡겠다며 여자화장실에 폐회로텔레비전을 설치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사이 이 기술에는 ‘감시’와 ‘불쾌’의 이미지가 붙어버렸다.

지난달 6일 국회 앞에는 성난 학부모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어린이집 학대 사건의 대책으로 나온 폐회로텔레비전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이들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잘못을 했을 때 증거가 되는 장치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인권이란 핑계로 반대를 하는 것”이라며 “4월 이후에도 법안이 통과 안 될 경우 반대를 한 의원들을 상대로 낙선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폐회로텔레비전 기술은 어느덧 뚜렷한 증거를 통해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기대를 받는 위치에도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전통적인 원인과 효과에 대한 관계가 뒤집히는 것이 현대 정부의 ‘획기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둘 사이 관계가 역전되면서 국가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인 원인을 고치려 하기보다 간단하게 결과를 다스리려는 쪽으로 변해왔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의 경우, 해결책으로 제반 원인을 고치는 먼 길을 가기보다 감시 시스템을 통해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하는 식이다. 민주국가에서 국가의 통제와 감시의 수준은 주권자인 국민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는 게 원칙이다. 대중이 좀더 자발적으로 기술에 의한 통제를 받아들이게 되는 변화는 잘 드러나지 않고 삶 속에 스며든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