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15일(현지시각) 열린 정보통신박람회 ‘2016 세빗(CEBIT)’에서 아이비엠(IBM) 직원이 인공지능로봇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하노버/AFP 연합뉴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②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조건
②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조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뒤쳐졌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이를 비판하는 의견들이 보태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 방안을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훌륭한 선수의 뛰어난 기술에 열광하면서 그가 보낸 무명의 세월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행태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인간 최고수에게 도전해 승리하기까지 알파고 방식의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야 했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의 획기적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낸 나라가 캐나다이다. 알파고의 싹을 키운 캐나다의 사례는 아직도 성과주의에 머물고 있는 우리 정부의 기술 투자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4년 당시 학계에선 인간 뇌의 신경망을 흉내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이를 가르쳐서 인간의 지능과 비슷한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캐나다의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는 지난해 인공지능 특집 기사에서 “후원이 점차 끊겨가는데도, 이런 아이디어를 지켜낸 이들은 세계를 통틀어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대표적 인물이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학 교수(인지심리학), 얀 레쿤 뉴욕대학 교수(컴퓨터 신경과학), 캐나다의 컴퓨터과학자 요슈아 벵지오이다.
2004년 캐나다고등연구원
허무맹랑한 3인방 만나
신경망 가능성 설명 듣고
연구자들에 10년간 투자결단 실리콘밸리 대기업들 뒤늦게
가치 알고 수조원 투자전쟁 한국 성과주의 풍토에 ‘질식’
“연구보다 서류제출이 더 시간”
장기 내다보는 정책으로 바꿔야 또 이들 3인방이 인공지능 기술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입을 모으는 곳이 바로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이다. 고등연구원은 정부와 민간의 자금을 지원받아 실험적인 연구 영역에 투자를 한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전자공학과)는 “당시 인공지능은 전세계적으로 10년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 캐나다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힌튼 교수와 동료들은 2004년 캐나다 밴쿠버의 한 호텔에서 고등연구원의 투자책임자를 만나 신경망과 ‘머신 러닝’(기계 학습)의 개발 가능성을 설득했고, 고등연구원은 이 괴짜들에게 10년 동안 1천만달러(약 12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종자돈이 없었다면 2006년 힌튼 교수의 ‘딥러닝’ 개념 정립도, 이를 바탕으로 한 2014년 알파고의 탄생도 없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이 수조원을 투자했고 이 분야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힌튼 교수는 현재 구글에서, 레쿤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이끌고 있다. 캐나다고등연구원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도전적인 연구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로 유명하다. 보통 350명의 연구자를 후원하는데 절반은 캐나다가 대상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국가를 따지지 않고 내용이 좋으면 후원한다. 후원은 연구자에게 직접 이뤄지며,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을 후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런 방식은 연구 내용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국내의 후원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선 ‘연구보다 필요 서류를 제출하는 데 시간이 더 들 지경’이라는 푸념이 나온 지 오래다. 정부 후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기술 기업 대표는 “도전적인 과제를 하고 싶어도 책임자가 안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과제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채택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분석을 보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에 2년 뒤쳐져 있고 중국에는 4개월가량 앞서 있다. 캐나다처럼 연구 본연에 집중해 장기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허무맹랑한 3인방 만나
신경망 가능성 설명 듣고
연구자들에 10년간 투자결단 실리콘밸리 대기업들 뒤늦게
가치 알고 수조원 투자전쟁 한국 성과주의 풍토에 ‘질식’
“연구보다 서류제출이 더 시간”
장기 내다보는 정책으로 바꿔야 또 이들 3인방이 인공지능 기술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입을 모으는 곳이 바로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이다. 고등연구원은 정부와 민간의 자금을 지원받아 실험적인 연구 영역에 투자를 한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전자공학과)는 “당시 인공지능은 전세계적으로 10년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 캐나다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힌튼 교수와 동료들은 2004년 캐나다 밴쿠버의 한 호텔에서 고등연구원의 투자책임자를 만나 신경망과 ‘머신 러닝’(기계 학습)의 개발 가능성을 설득했고, 고등연구원은 이 괴짜들에게 10년 동안 1천만달러(약 12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종자돈이 없었다면 2006년 힌튼 교수의 ‘딥러닝’ 개념 정립도, 이를 바탕으로 한 2014년 알파고의 탄생도 없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이 수조원을 투자했고 이 분야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힌튼 교수는 현재 구글에서, 레쿤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이끌고 있다. 캐나다고등연구원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도전적인 연구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로 유명하다. 보통 350명의 연구자를 후원하는데 절반은 캐나다가 대상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국가를 따지지 않고 내용이 좋으면 후원한다. 후원은 연구자에게 직접 이뤄지며,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을 후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런 방식은 연구 내용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국내의 후원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선 ‘연구보다 필요 서류를 제출하는 데 시간이 더 들 지경’이라는 푸념이 나온 지 오래다. 정부 후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기술 기업 대표는 “도전적인 과제를 하고 싶어도 책임자가 안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과제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채택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분석을 보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에 2년 뒤쳐져 있고 중국에는 4개월가량 앞서 있다. 캐나다처럼 연구 본연에 집중해 장기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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