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이르면 5년 안에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인공지능의 딥페이크(영상·이미지·음성 등 가짜 합성) 기술이 주요 선거 등에서 악용되면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힌턴 교수는 25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는 유일하게 인공지능이 이른바 ‘슈퍼 인텔리전스’(초지능)를 확보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사회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잠재력이 있다.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인간 손이 미치지 않는 일상의 효율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인구절벽과 초고령 시대에 노인이나 위기 가구들의 돌봄 공백까지 메꿔줄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힌턴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해져 자신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얘기는 ‘슈퍼 인텔리전스’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으로 가까운 현실로 다가와 있다. 힌튼 교수는 “인간의 뇌에 수조 개의 시냅스(서로 다른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부위)가 있지만, 최신 인공지능 모델은 인간의 수천 배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위험성을 설명했다.
힌턴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이 향후 5∼20년 사이에 50% 확률로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제껏 인류가 겪지 못했던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인공지능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골치아픈 문제’라고 우려했다.
인공지능이 육체적 노동을 대신할 수 없지만, 사무직 같은 중산층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상당 부분 뺏으면서 빈부 격차를 키울수도 있다. 힌턴 교수는 “빈부격차 확대는 불안정한 사회라는 나쁜 결과를 빚을 수 있는 만큼 진지한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