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오는 9일 이후로 공장 재가동 시기를 늦추면서 그 여파가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파는 국내 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수출과 생산 부문의 회복 속도도 더뎌지거나 줄어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한겨레>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입금액 1위 품목(MTI코드 6단위 기준)은 디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였다. 지난해 누적 수입금액은 142억8천만달러(약 17조원)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다. 두 기업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전공정(웨이퍼 가공) 단계까지 반도체를 만든 뒤 한국에 들여와 후공정(웨이퍼 절단·포장)을 거쳐 완제품을 수출한다. 두 회사의 중국 거점 공장 재가동 시기가 늦춰질수록 수출도 직접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구조다.
2위 역시 국내 주요 수출 제품을 만들 때 필수 재료인 ‘기타 정밀 화학 원료’(54억4천만달러·약 6조4600억원)다. 화학제품에 들어가는 이산화질소·수소·염소에다 이차전지 재료인 니켈, 망간, 리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물질이 없으면 전기차 배터리 수출을 이끌고 있는 엘지화학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생산 차질을 빚는다. 대중국 수입 4위와 5위 품목은 각각 화웨이, 레노버 등이 만드는 휴대용 컴퓨터(노트북)와 비오이(BOE),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만드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었다.
6위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차의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추게 한 ‘와이어링 하네스’(17억1천만달러·2조300억원)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인건비가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싼 범용 자동차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왔다. 이외에도 세발자전거나 인형, 장난감 등 일반 소비재 품목도 대중국 수입금액 기준 상위 품목에 올라 있었다.
이처럼 대중국 수입금액 기준 상위 품목은 대체로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의 원재료이거나 부품이다. 국내 기업들은 품목에 따라 일정한 재고를 갖고 있으나, ‘와이어링 하네스’와 같이 재고를 적게 가져가는 품목에선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중국 현지 공장 재가동 시점이 지연될수록 그 파장이 국내 주요 수출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의 한 간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별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지는 영업 기밀인 터라 정부로서도 정확히 그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이경미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