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인 ‘세미콘 코리아’가 취소된 가운데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광판에 오늘의 전시일정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올 초 예정됐던 신제품 설명회와 정보기술(IT)산업 교류행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한 기업들이 대회 불참을 통보하거나 주요 행사를 없애기로 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여하는 산업박람회는 개최가 연기됐다.
엘지(LG)전자는 5일 세계 최대 모바일기기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엠더블유시)’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로 전시공간도 꾸리지 않는다. 엘지전자는 “고객과 임직원 안전을 위해 전시 참가를 취소한다”며 “사전에 약속된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들과의 미팅은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엠더블유시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새 스마트폰 ‘V60 씽큐’와 ‘G9 씽큐’는 “안전 여부를 판단한 뒤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가지겠다”고 했다.
엠더블유시에 참석하는 기업들도 참석 인원과 행사 규모를 줄인다. 중국의 통신기기 제조사 지티이(ZTE)는 감염증 확산 우려와 비자 발행 문제 등을 이유로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기로 했고 에스케이텔레콤도 전시공간은 운영하되 기자간담회는 취소하기로 했다.
국내 대표 이동통신 기업의 한 간부는 “산업박람회는 전시 관람객들이 신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직원들과 대화할 일이 많아 감염 확산 위험이 상당하다”며 “관람객끼리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대규모 전시공간이라 (방역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더블유시 주관사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4일(현지시각) 안내문을 통해 “출입구 등 접촉이 많은 지점에 방역을 강화하고 의료진도 확대하겠다”며 예정대로 전시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17일 전자부품연구원 등 정부 산하 기관 6곳이 주최할 예정이던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도 연기된다. ‘개최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참가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다음 개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안전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며 “연기로 인한 기업 애로사항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개최일이 임박해 참석을 취소하면 각종 위약금을 내야 하고 행사 주관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박람회에 불참하거나 참여 폭을 줄이는 이유는 참여를 강행했다가 임직원이 감염되거나 그에 따라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 ‘평판’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 반도체 기업 교류행사 ‘세미콘 코리아 2020’도 같은 이유로 취소됐고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회사 설명회를 유튜브로, ‘리그 오브 레전드’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리그를 무관중 경기로 대체했다.
신다은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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