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역삼도 라움서 열린 엔씨소프트 대면 기자간담회 모습. 6명이 앉는 탁자에 2명씩 띄엄띄엄 앉혔다. 엔씨소프트 제공
2일 오전 10시15분 서울 역삼동 라움. 엔씨소프트의 새 게임 발표 기자간담회가 예정된 곳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쓰게 하고 체온을 측정한 뒤 설문지를 내민다. 설문지는 이름·연락처·도착시간을 적게 한 뒤 코로나19 감염 증상 발현 여부를 꼼꼼히 묻는다.
절차를 마치자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10여명씩 줄을 세워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2층 행사장으로 인솔해간다. 입구 옆 데스크에도 10여 명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앞 팀이 다 들어가자 그 뒤로 우리 팀을 줄세운다. 순서가 돼 다가서자 행사장 자리를 추첨하게 하더니 자리 번호와 인적사항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입장시킨다.
행사 진행을 맡은 엔씨소프트 직원은 “방역당국이 정한 집단행사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리를 추첨으로 배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참석 신청을 받아 10여명씩 끊어 간담회장 도착 시간을 따로 부탁드렸다. 오는 순서대로 하면, 뒷 시간에 배정된 분들이 앞에 앉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첨으로 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 날 오후, 간담회장에 오전 10시 10~20분 사이에 도착해달라고 요청하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자리에는 좌석번호, 비닐장갑, 마스크, 휴대용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통신·정보통신(IT)·게임 업계를 담당하는 기자들 쪽에서 이날 엔씨소프트 기자간담회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열리는 대면 행사였다. 엔씨소프트 홍보실 안용균 상무는 “많이 고민했다.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조건으로 해보기로 했다. 지금도 많이 긴장된다”고 조심스럼게 말했다.
간담회장 안 모습도 낯설다. 일단 자리에 앉은 뒤에는 이동이 금지된다. 책상 위에는 비닐장갑 2장, 휴대용 손소독제, 마스크, 인적사항 작성 카드, 물 한병 등이 비치돼 있다. 장내 방송에서는 자리에 앉는 즉시 카드에 인적사항을 적고, 행사장 안에서는 늘 마스크를 착용하며, 물을 마신 뒤에는 바로 마스크를 쓰라고 반복해 안내한다. 질의응답 때도 기자의 질문이 끝날 때마다 마이크 커버를 바꿨다. 간담회장 안의 동선도 일방통행으로 돼 있다.
기자간담회장의 수용인원은 300명이다. 하지만 실제 입장 인원은 80명으로 제한됐다. 각 탁자는 6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이인데, 양 끝 쪽에 2명만 앉힌다. 엔씨소프트는 “방역지침대로 수용 인원을 산출해보니 80명 밖에 안돼 참석 인원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퇴장도 출구 근처 구역부터 차례로 한다. 간담회 종료 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쳤으나, 방역지침을 이유로 과자 상자로 대신한다.
행사장을 관리하는 라움 쪽 직원은 “방역지침대로 에프엠(정석)대로 진행된 것 같다”고 평가하며 “낯설겠지만 앞으로는 집단행사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자간담회를 미리 체험한 셈이다. 참석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참 낯설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냐”는 반응을 보였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트릭스터M’, ‘팡야M’, ‘프로야구 H3’ 등 올 연말과 내년 초 사이에 출시할 모바일게임 차기작 3편을 공개했다. 트릭스터M은 온라인게임 트릭스터, 팡야는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를 각각 모바일 게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프로야구 H3는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글·사진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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