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들. REUTERS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상품인가, 증권인가. 이 질문은 꽤 오래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2일 미국 기업 리플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리플(XRP)을 미등록 증권으로 정의하며, 증권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리플랩스는 경영 공시 등 없이 리플을 판매해 벌어들인 자금 13억8천만달러(약 1조5천억원)를 사업 운영에 사용했다. 이를 토대로 리플은 처음부터 투자 계약이었던 만큼 증권법의 등록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증권거래위원회는 주장했다. 즉, 리플은 리플랩스의 이익을 공유하는 증권이라는 의미다.
소송 소식에 암호화폐 시총 4위인 리플 가격은 개당 617원에서 250원으로 폭락했다. 시총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각각 3700만원, 100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비트스탬프, 오케이코인, 바이낸스 유에스(US), 크립토닷컴 등도 리플을 상장폐지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크리스토퍼 장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하우이(Howey) 테스트를 근거로 리플을 증권이 아닌 ‘화폐나 교환의 수단’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우이 테스트는 상품이 증권인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기업에 돈을 투자해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 증권으로 분류한다. 리플 투자자는 수익을 지급받거나 리플랩스의 이윤을 나눠 받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는 게 장칼로 전 위원장의 논지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승소할 경우 리플은 증권으로 분류돼,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인가를 받은 증권거래소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증권 성격을 가진 암호화폐의 미래가 어두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모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mo@coindes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