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 수기장부 개선 지침 시행 첫 날인 8일 오후 전남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위치한 한 정부기관에서 이전 수기장부로 방문객들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게 하고 있다.
8일 전남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위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기관. 1층 현관에 들어서자 직원이 체온을 잰 뒤 수기장부를 내민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내방객 점검표’ 이름을 가진 수기장부에는 이날 7명이 방문한 것으로 돼 있는데, 6명은 휴대전화번호를 적었고, 한명은 유선전화번호를 남겼다.
이날 나주역 인근 식당. 마찬가지로 이전에 쓰던 수기장부를 내밀었다. ‘새 수기장부를 쓰면 손님들이 전화번호 유출 걱정을 안해도 될텐데 왜 안쓰느냐?’고 묻자 식당 주인은 “그런 게 있었냐.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한겨레>가 방문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다른 식당과 카페 3곳도 한결같이 손님들에게 이전 수기장부에 연락처를 남기게 했다.
새 수기장부 양식.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 누리집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날은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막으면서 연락처 허위 기재를 막아 코로나19 방역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다중이용시설 수기장부 지침’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 첫 날이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일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연락처를 남길 때는 휴대전화번호 대신 개인안심번호를 적도록 수기명부 운영 지침을 개선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전화번호 유출을 막으면서 코로나19 방역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놨지만,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맡고 있는 정부기관조차도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9일 오전 방문한 서울 마포구 공덕역 근처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새 지침 시행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널리 알려 다중이용시설 운영자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개인안심번호 사용을 생활화하게 해야 하는데, 홍보가 부족했던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겨레>가 만난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식당·카페 주인들은 한결같이 수기장부 지침이 개선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정부기관은 <한겨레> 취재 직후 수기장부를 정부가 배포한 새 양식으로 교체했다. 개인정보위는 <한겨레>에 “예산 문제 등도 있어 홍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오늘(9일)부터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행정안정부 이름으로 전국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지사항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 운영자는 개선된 수기명부 양식을 질병관리청 누리집(www.kdca.go.kr)과 지방자치단체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 누리집에서는 알림·자료, 법령·지침·서식, 서식 난을 차례로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새 양식에선 ‘연락처’를 ‘개인안심번호(*불가 시 휴대전화번호)’로 바꿨고, 상단에 개인안심번호 안내·홍보 그림이 인쇄돼 있다.
개인안심번호란 휴대전화번호를 일반인은 활용할 수 없는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12가34나’ 형태를 갖는다. 시민해커(시빅해커)들이 개인정보위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개인안심번호는 큐알체크인 화면에 들어있다. 한번 부여된 개인안심번호는 코로나19 상황 종료 때까지 쓸 수 있다.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글·사진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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