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원→300원 60배 급등
자산버블 시대 농담이 모여 투자세력화
자산버블 시대 농담이 모여 투자세력화
17조원. 지난 16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도지코인 거래량이다. 같은 날 비트코인 거래량(8000억원)을 훌쩍 넘었고, 심지어 코스피 하루 거래량(15조원)보다도 많았다.
도지코인 가격은 지난 7년간 대부분 10원 이하를 유지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로켓을 탔다.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을 보면, 지난 1월1일 5원에서 지난 27일 약 300원으로 60배 올랐다.
일부 투자자들끼리 정한 ‘도지데이’(4월20일) 전날엔 업비트에서 하루 만에 20% 올랐다. 머스크는 지난달 14일 트위터에서 ‘도지데이’를 처음 언급했다. 그가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음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 투자자들은 ‘4월20일 도지코인이 1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도지코인을 활용한 농담을 자주 올렸는데 도지데이도 그중 하나였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호응하면서 가격 폭등을 낳은 것이다. 지난 1월 레딧에서 벌어진 ‘게임스톱 매수 운동’을 보듯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개발사 아톰릭스랩의 정우현 대표는 “도지코인이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만, 암호화폐 가치는 네트워크이며 도지코인은 이미 그 네트워크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했다.
도지코인의 정체성은 ‘대중의 장난’이다. 2013년 도지코인을 만든 미국의 두 개발자는 그 마스코트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던 시바견 밈(Meme, 일종의 ‘짤’)에서 따왔다. 이름인 ‘도지’(Doge)는 인기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개(Dog)를 잘못 표기한 것을 차용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장난삼아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만일 미래의 화폐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재미있으면서 아이러니한 결과”라고 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변형(하드포크)해 만들어 기본 기능은 비슷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총 발행량을 2100만개로 제한한 것과 달리 도지코인은 무제한 발행이 가능해 ‘가치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대훈 에스케이(SK)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지코인 액면가가 작아 매수에 부담이 적은데다 남들이 다 살 때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포모(FOMO, 기회를 놓칠까 불안해함) 현상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며 “비트코인처럼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없는 만큼 투자 종목으로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지현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goham@coindeskkore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2월 트위터에 올린 도지코인 이미지.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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