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문재인 정부 당시 상향 조정한 대로 ‘2018년 배출량 기준 대비 40% 감축’으로 확정했다. 기업들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구실을 해온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기간 중 기업별 할당 목표도 서둘러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작성이 늦어지며 기업들의 탄소 감축 목표 할당량 조정 일정 역시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업무보고와 지난달 환경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종합하면,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기간 중의 기업별 할당 목표는 2020년 12월 말 정해진 수준 그대로다. 당시 2021~25년 동안 684개 업체가 26억800만t을 할당받았다. 기업들은 할당받은 목표치만큼을 직접 감축하거나, 다른 기업이 초과 감축해 거래 가능한 배출권을 구입하는 식으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중공업 등의 계열사를 포함하고 있는 효성그룹의 경우, 5개 계열사가 140만t을 줄이거나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의 4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그대로 이어받기로 했다. 지난 15일 환경부는 “올해 연말까지 산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별 배출권 목표 할당 방식을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30년과 2050년까지의 탄소 감축 로드맵 작업이 늦어져 연말 쯤이나 나올 예정이다. 이게 확정돼야 기업별 할당 목표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업들과의 현장 간담회부터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기업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및 일정 확정이 늦어지며 기후위기 대응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실적 평가가 늦어지는 것과 더불어 다량 배출 기업들의 감축 유도책의 효과마저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은 유럽연합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CBAM)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관세를 무겁게 매기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세워지는 추세와 맞닿아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도 있지만, 국제적으로 탄소 감축 요구가 이어지다 보니 기업 쪽에서는 새로운 탄소 감축 기술 개발, 화석연료 대체재 사용 등 다양한 감축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권경락 활동가는 “현재 배출권 거래제 할당량대로라면 초과 배출은 그대로 이뤄진다.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한만큼, 누적 배출량 감축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배출권 거래제를 서둘러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 분석을 보면, 2026년 시작되는 4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 기간부터 상향된 감축 목표가 적용될 경우,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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