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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2년새 16배 오른 LNG…‘생산량 0’ 한국 위기감도 커진다

등록 2022-08-23 14:56수정 2022-08-24 10:03

러시아, 유럽쪽 천연가스 잠그자
하반기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

국내 수급 아직은 문제 없다지만
장기화 땐 전기료 인상 압박 커져

“에너지 자립” 중장기 대책 필요
“탈화석연료 비중 확대 계기로”
2016년 2월15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한국가스공사 송도 LNG기지에서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2월15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한국가스공사 송도 LNG기지에서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하반기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축소 여파여서 ‘에너지 안보’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에너지 대기업들은 대체로 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자신하지만, 안보 차원에서라도 에너지 자립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3일 한국·일본이 엘엔지 가격 지표로 삼는 제이케이엠(JKM·재팬 코리아 마커) 추이를 보면, 엘엔지 가격은 지난 7월21일 1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38달러에서 22일 61달러로 올랐다. 한 달 사이에 60% 올랐고, 2020년 평균 가격인 3.8달러에 견줘 16배 오른 셈이다.

다만, 수급 문제는 아직 없다. 엘엔지를 직수입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현물 시장 가격이 워낙 뛰었지만, 중·장기 계약으로 물량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엘엔지는 항상 겨울철 재고량이 많이 필요하다. 연월 단위로 전망과 대응을 하면서 고시로 규정된 비축의무량(9일)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요즘 국제 가스 가격 등 환경이 녹록치는 않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수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다. 미국·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유럽연합 쪽으로 보내던 천연가스 수송관 밸브를 잠갔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런 상황에서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다. 일본 도쿄전력·가스 등 에너지기업들이 러시아 쪽과 엘엔지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국제 연구기관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22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으로부터 일본 제라(도쿄전력 출자사)는 5억4900만달러(약 7371억원), 대만 시피시 코포레이션(CPC Co)는 1억6100만달러(약 2175억원), 한국가스공사는 1억1800만달러(약 1584억원)어치의 엘엔지를 수입했다.

한국은 주로 미국과 카타르에서 엘엔지를 수입하지만, 지난 2월 이후 러시아 엘엔지 수입 7위국이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받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순위가 더 올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도 “앞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대구세계가스총회(WGC) 카타르에너지 전시장을 방문해 LNG 운반선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대구세계가스총회(WGC) 카타르에너지 전시장을 방문해 LNG 운반선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천연가스 수급 불안은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 상황이 악화하며 천연가스 수급 상황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브릿지 연료’로 천연가스가 주목받으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엘엔지의 탄소배출량은 석탄류의 57%에 불과하다.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국내 엘엔지 발전 비중은 2017년 22%에서 지난해 29%로 올랐다.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천연가스 계약 기간이 20년에서 5~10년으로 축소되면서 현물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한 2020년 말 이후 영국 수출금융(UKEF)·유럽투자은행(EIB)과 스웨덴 수출신용공사 등이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해, 엘엔지 공급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적다.

엘엔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공산이 크다.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발전을 기준으로 석탄·원자력은 건설비와 같은 고정비가 많이 들지만 연료비 자체는 적게 들어가는 반면, 가스는 건설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연료값이 비싸다. 한 국책연구기관 전력정책 담당 연구원은 “가스 요금이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되지만 전기요금을 그에 맞춰 인상하는 것은 정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공급처 다변화와 장·단기 계약 조절을 통한 수급 전략 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가스정책 담당 연구원은 “겨울철 기온이 급강하해서 가스·전력 사용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데, 공급처 다변화 등 수급전략만으로 당장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렵다면 발전부문에서는 석탄·원자력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 인센티브 확대 등 탈화석연료 비중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라우리 밀리비르타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 연구원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과도기에도 화석연료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화석연료) 의존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의 국내 영향 대비’ 보고서를 통해,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친환경 전환 계기 활용, 원가를 반영한 에너지 요금 체계로의 재편을 통한 에너지 소비 절감 유인 제공,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위한 인센티브 제도 보완 등을 제안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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