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15일 일요일 모잠비크 카보 델가도주 팔마시 아마룰라 팔마호텔 근처에서 르완다 경찰(오른쪽)과 모잠비크군(왼쪽)이 순찰하고 있다. 모잠비크 북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란으로 참수, 총격, 강간, 납치 등을 피하는 이재민의 수는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추진된 가스전 개발 사업에 5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6천억원) 규모의 여신을 승인한 한국수출입은행 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일한 판단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17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수출입은행은 2020년 12월 모잠비크 동북쪽 바다에서 진행 중인 에리아(Area1)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수출사업에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여신을 승인했다. 육상에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플랜트와 수출 터미널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대우건설이 공사를 수주했다.
수출입은행 쪽은 “(에리아1 발주처인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에너지의) 불가항력(사법상의 책임 또는 채무 그 밖의 불이익을 면하게 하는 항변 사유가 되는 법률 용어) 선언 후 현장 보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엘엔지 수출 터미널 건설이 예정된 모잠비크 카보 델가도(cabo delgado)주 팔마(palma)시 등에서 내란 상황이 심화하자, 토탈에너지는 지난해 4월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대우건설 홍보담당자는 “계약만 하고 사업 추진이 초기에 중단돼 진행된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오래 전부터 내란 발발 가능성이 제기돼온 만큼 여신 승인이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수출입은행이 여신 승인 결정을 하기 두 달 전 토탈에너지는 모잠비크 정부와 보안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반란군이 팔마시까지 진격했고, 4월에 토탈에너지가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내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5년 이어져온 모잠비크 내전은 1992년 끝났다. 하지만 스위스 시민·사회단체 ‘글로벌이니셔티브’와 모잠비크 분쟁관측소 ‘카보 리가도’는 “카보 델가도 지역의 경우, 인종·종교적 분열이 극심해 2007년에 이미 청년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이 존재했고, 5년 전인 2017년 10월에는 민간인을 상대로 첫 공격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올 10월3~9일 기준 ‘카보 리가도’의 누적 사망자 수가 4322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대주단 보안자문사 제출보고서 등을 통해 승인 결정 전 불안정한 치안 상황을 검토했고, 보안자문사 의견에 따라 육로 보안 강화와 해상·항공운송 비중 확대를 통해 위험을 경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란 등으로 불가항력 사유 발생 시 인출이 금지되도록 금융계약서에 반영돼 있다. 현재는 사업이 중지된 상태로 수출입은행 승인액 가운데 인출 금액은 없고, 장기간 건설이 중단되면 대주단이 사업주에게 원리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내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로 투자를 감행해 여신을 승인했다가 집행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모습”이라며 “이렇게 사업이 지체되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미래 가스발전 비중이 줄어들 경우, 가스전의 사업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중단된 여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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