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019년 6월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사우디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네옴시티 건설에 필요한 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17일 우리나라를 찾을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사업 참여 ‘구애’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가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앞세워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에이치디(HD)현대는 “정기선 에이치디현대 대표가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을 만나 사우디 아람코와 추진 중인 합작 조선소와 엔진 합작사 등 협력사업 진척 사항을 점검했다”고 13일 밝혔다. 아람코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로, 아람코 자회사(AOC)가 에쓰오일(S-Oil) 최대주주이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아람코의 실세이다.
호반그룹 계열 대한전선은 이날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과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이 지난 11일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 마디 알도사리 사우디 전력청 대표(CEO), 히샴 알마사우드 사우디 투자부 한국사무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에이치디현대와 대한전선은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2030 비전’과 관련해 사우디 투자부 장관 등을 만났다. 2016년 발표된 사우디 2030 비전은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보건의료, 지방행정, 주택, 금융, 재생에너지 같은 분야에 국내외 투자를 촉진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에이치디현대는 이를 겨냥해 사우디에 2017년에는 합작 조선소를, 2020년에는 엔진 합작사를 설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사우디 킹 살만 해양산업단지 안에 67억달러 규모의 조선소, 선박엔진조립공장, 주단조공(주물·주조공업) 등에 대한 합작투자를 진행해왔다. 대한전선은 지난 6월 사우디 기업 알 오자이미 그룹과 초고압케이블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현재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6일 사우디 투자부 주최로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포럼에서 사우디 초고압케이블 생산 법인 설립에 대한 투자 협약까지 체결했다.
지난 10일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만나, 양국의 협력 플랫폼 ‘한·사우디 2030 비전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재약속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17일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고 사우디 북서부 사막지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도시(네옴시티)를 짓는 대형 사업 투자 협력 논의를 위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 만날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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