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세계적인 경기 부진 가속화에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논의 등이 겹쳐지며 국제유가가 더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지난 1월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 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66달러(2.13%)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77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4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일 92달러대에서 23일 사이 17.6% 하락했다. 이날 한국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81.08달러, 브렌트유는 8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 하락은 경기 침체 가속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중국 코로나19 확산세가 수요 감소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겹친 탓으로 분석됐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논의와 오펙플러스(산유국 협의체)의 하루 50만배럴 증간 결정 등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에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다시 3만명을 넘으며, 북경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방역 조처가 다시 다시 강화되고 있다.
국내 기름값도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ℓ당 1644.5원으로 전주보다 14.2원 낮아졌다. 휘발유값은 11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78.4원으로 10.5원 내렸다. 경유값은 6주 연속 상승 뒤 7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27일 오전 기준 휘발유값과 경유값은 각각 1631.19원과 1866.9원으로 3일 전보다 더 내려갔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지난 5월 역전된 뒤 지금은 230원 안팎으로 크게 벌어져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격차가 좁혀지는 모습이다. 시차를 두고 국내 판매가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다만,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주유소들이 미리 기름을 많이 사서 쟁여놓은 탓에 당분간은 가격 정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 하락에도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삼성증권이 분석한 제품 시황 자료를 보면, 스프레드(제품가격-원유가격)는 휘발유 13.6달러, 등유 33.8달러, 경유 35.7달러로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휘발유 9~10달러)를 웃돌고 있다. 등유와 경유의 스프레드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지난 1월의 15달러를 크게 웃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1.3달러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 기준(4~5달러)의 두배를 넘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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