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재벌가 대주주를 위해 다수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애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은 올해 안에 다른 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본 확충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14일 금융계열사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태광산업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고 현재 보유 중인 가용자금을 활용한 안정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환우선주 인수를 검토했다. 상장사로서 기존사업 혁신 및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중도 조기상환(콜옵션)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 뒤 5600억원 규모의 자금 중 4000억원은 흥국생명이 발행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은행들이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1600억원은 그룹 자금을 수혈해 급한 불을 껐다.
흥국생명은 은행이 매입한 만기 1년짜리 환매조건부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고, 태광그룹이 4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와 특수관계인 등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이지만,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아서다.
태광산업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9일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설에 대해 “흥국생명 지분 100%를 가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회장 일가 등)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유상증자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자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흥국생명 쪽은 “환매조건부채권 4천억원을 발행한 건 맞지만, 현재 필요한 금액은 2800억원이다. 제 3자배정증자 방식으로 2800억원 유상증자를 하고, 다른 그룹 계열사들 참여해 올해 안에 자본 확충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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