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4천억원대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설에 대해 “흥국생명 지분 100%를 가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회장 일가 등)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이 전 회장 쪽 대주주가 전부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지분 5.8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9일 입장문을 내어 “태광산업(코스피 상장사)이 흥국생명(비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이는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결정”이라며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태광그룹이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상태다.
트러스톤은 “최근 흥국생명의 유동성 리스크에 따라 흥국생명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흥국생명 주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분 상으로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은 관계가 없으며, 단지 이호진 회장 개인이 흥국생명의 대주주이자 태광산업의 대주주일 뿐이라는 것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가 이런 의사결정을 승인할 경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태광산업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달 8일, 2017년에 발행한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중도 조기상환(콜옵션)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 뒤 5600억원 규모의 자금 중 4000억원은 태광그룹이 발행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시중은행들이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1600억원은 그룹 자금을 수혈해 급한 불을 껐다. 이번 유상증자는 만기가 최대 1년인 환매조건부채권을 시중은행에 상환하기 위한 자금 등 자본 확충 목적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이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고 나머지도 회장 일가 특수관계인과 대한화섬 등 계열사가 전부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단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시장 안팎에서는 “태광산업 등 그룹 계열사가 아닌, 이호진 회장 본인이 계열사 보유주식 담보대출과 사재 출연 등으로 흥국생명의 이번 유상증자에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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